“창작자가 70~80%를 만들고, 관객이 20~30%를 만드는 것.” 연극 ‘허탕’의 연출을 맡은 장진 연출은 공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허탕’ 프레스콜에는 장진 연출과 배우 김원해, 이철민, 김대령, 이세은, 송유현, 이진오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장진 연출은 연극 ‘허탕’에 대해 “요즘 대한민국 연극, 특히 창작극에서 부조리극을 다룬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대부분 이런 형식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조리에 안 맞는 어떤 것을 통해서 사실에 근접한다는 것은 매우 매력 있는 것이며, 공연 이후의 것들을 판단하는 것들도 다 관객들의 몫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작품이 처음 나올 때는 포스트모던이 대두되던 시기다.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과학적 인과를 정확하게 제시해서 보여주는 것 보다는 창작자가 70~80%을 만들고 관객이 20~30%를 만들어 그렇게 100%를 완성하는 것이 하나의 당시 트렌드였다. 그것이 지금도 유효하냐고 물어보면 나도 확신은 못하지만 나 또한 관객의 입장에서 의미를 내릴 뿐”이라며, “(따라서)관객들이 생각하는 결론이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세상이 원하는 대로 제공되는 재화에 익숙해져서 안주하려 하는 것은 불행한 것’ 정도로 단순히 생각한다”고 공연의 의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덧붙였다.
공연이 다소 무게감이 있어 장진 연출 특유의 위트를 기대하는 관객들은 이질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내 작품이라고 해서 밝고 유니크한 연극을 생각할 수도 있는데, 홍보팀에서 관객들이 그런 오판을 않도록 계속 수정을 하고 있다”며, ‘이런 류의 작품을 보고 싶은 관객이 와야한다는 게 우선적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관객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거나 하는 점은 우려하고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극 '허탕'은 1995년 정재영, 정은표, 1999년 정재영, 신하균, 정규수, 임원희 등의 걸출한 배우들을 발굴한 장진 연출의 초기작으로, 이번에 13년 만에 대학로 무대에 다시 올랐다. 또한 '리턴 투 햄릿', '서툰 사람들'에 이은 장진 연출의 올해 세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코믹풍자 수다극 '허탕'은 상상을 초월하는 럭셔리한 감옥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세 남녀의 기상천외한 동거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원해, 이철민, 김대령, 이세은, 송유현, 이진오이 출연하는 연극 ‘허탕’은 6월 15일부터 9월 2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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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