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수(29)와 정우람(27). 한꺼번에 핵심 불펜 자원 2명이 빠진 SK 마운드가 당분간 비상체제에 돌입한다. 사실상 경기 후반을 지켜왔던 기둥이 빠진 만큼 이제 SK로서는 연일 숨막히는 순위 싸움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박희수와 정우람은 2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각각 왼 팔꿈치 통증, 왼 이두근염이 원인이다. 둘의 공백은 지금까지 거둔 성적만으로도 충분하게 느낄 수 있다. 박희수는 팀이 치른 59경기 중 31경기에 출장, 40⅓이닝을 소화했다. 3승 무패 18홀드 5세이브를 거뒀고 평균자책점은 0.67에 불과했다. 정우람은 24경기에서 21⅓이닝 동안 1승 3패 12세이브를 올렸다. 평균자책점은 3.80
SK가 선두를 달릴 수 있는 일등공신들이다. 단순히 성적이 아니라도 투수 운용에 있어 절대 빠질 수 없는 존재들이다.

▲박희수-정우람 공백, 선발 야구 본격화 계기 마련
이만수 감독은 "그동안 박희수와 정우람 등 승리조가 있었기 때문에 선발 투수를 5회 전에도 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핵심 2명이 빠져 투수 운영을 새롭게 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는 이재영이 팀내 최다인 5승을 올릴 만큼 불펜 투수들이 도와줬다. 하지만 이제는 선발 투수가 도와줄 차례다. 선발 투수가 볼을 많이 던져 승리를 많이 올릴 수 있는 패턴으로 갈 것이다. 거의 투구수 100개를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 감독은 1회에도 과감하게 교체했던 5선발에 대해서도 "4회 정도는 가도록 하겠다. 그럴려면 볼넷이 없어야 한다. 그동안 깜짝 투수들은 제구력이 안됐다"고 덧붙였다. 공격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타격이 좋지 않은 만큼 작전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이 빠진 마무리 투수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내보낼 것이다. 이재영, 엄정욱 등 좋은 투수가 있다"고 말해 사실상 집단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희수는 열흘 후 바로 컴백할 듯
이만수 감독은 "박희수는 원정 6연전 후 합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1위를 하고 있으니까 무리시키지 말자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박희수는 지난 시즌에도 미세한 팔꿈치 통증을 가지고 있었다. 또 올 시즌 초반에도 조금씩 통증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심각한 것이 아니라 휴식 차원의 성격이 크다.
조웅천 투수 코치는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박희수는 아직 풀타임을 뛴 적이 없다. 작년 후반기부터 뛰었지만 마무리 투수까지 겸해 평소 느껴보지 못한 긴장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 코치는 "그동안 힘들어도 표현하지 않았던 박희수였다. 힘들어서 체력적으로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만의 노하우가 쌓일 수도 있다. 자기관리 측면에서도 변화가 올 수 있다. 그동안 늘 주위에서 말해줘야 가능했던 자기관리가 이제는 스스로 찾아서 하는 단계, 알아서 휴식을 조절하는 단계가 돼가는 과정이라 볼 수도 있다"고 오히려 긍정적인 면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SK도 공식적으로 "통증 관리에 따른 부상 방지 차원"이라고 박희수의 엔트리 제외를 설명하고 있다.
반면 정우람의 경우는 열흘이 지난 후에도 복귀한다는 보장이 아직은 없다. 근육에 생긴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결국 휴식과 보강 운동을 취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볼을 던지기 위해서는 좀더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선발 로테이션 거의 완성 단계
이만수 감독이 박희수와 정우람을 2군으로 내릴 수 있었던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5인 선발 로테이션이 거의 완성 단계에 있고 팀이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광현이 6월부터 가세하면서 SK 선발진은 이제 거의 5인 체제의 틀을 갖췄다. 김광현으로 시작해 윤희상, 부시, 마리오 순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들은 최근 꼬박꼬박 5이닝을 넘기고 있다. 마리오가 잠시 주춤한 것은 사실이지만 로테이션이 잘 지켜지고 있다. 5선발의 경우는 그 때 그 때 공백이 생겼을 때 2군에서 추천받은 투수를 올리거나 박정배, 전유수 등 중간 불펜진을 임시 선발로 돌릴 수도 있다.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점도 박희수와 정우람을 잠시 전력에서 제외시킬 수 있었다. SK는 33승 25패 1무를 기록하고 있다. 승차가 '+8승'이다. 앞으로 8연패를 해도 승률이 5할이라는 뜻이다. 다만 순위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은 주위를 해야 한다. 2위 롯데와 2.5경기, 공동 4위 두산, LG, 넥센 3팀과는 3경기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복귀를 앞둔 송은범, 채병룡 등이 오면 마운드는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 당장 승수를 까먹더라도 나중에 충분히 벌어들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만수 감독은 "없으면 없는대로 한다. 그게 SK"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속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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