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위기에서 돋보인 김기태 감독의 세 가지 승부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6.22 10: 10

LG에는 6월 위기론이 불거졌다. 김기태(43) 감독부터 직접 위기를 거론하며 선수단 전체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 결과 3연패 탈출과 시즌 30승을 함께 이루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김기태 감독의 LG는 지난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11-2 완승을 거두며 3연패 탈출과 함께 공동 4위로 중위권 그룹을 유지했다. 시즌 첫 4연패 위기 속에서 김기태 감독은 3가지 승부수를 통해 분위기를 바꿨다. 
▲ 대대적인 엔트리 이동

20일 한화전에서 1-4로 완패하며 시즌 3번째 3연패를 당한 뒤 김기태 감독은 "위기다"라는 말은 남겼다. 짧지만 강한 메시지로 선수단 전체에 지금 당장 처해있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고 중요한 시기인지를 강조했다. 21일 김 감독은 행동으로 옮겼다. 이대형·서동욱·손인호·이승우를 한꺼번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며 김일경·양영동·김재율·이민재를 2군에서 불러올렸다. 선발투수 이승우의 경우 로테이션에 따른 조치였지만 나머지는 모두 부진이 이유였다. 
이는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가장 많은 엔트리 이동이었다. 2군 선수들을 잘 활용하고 있지만 이처럼 4명을 한꺼번에 바꾼 건 처음이었다. 김 감독은 "전체적으로 팀의 사이클이 한 번 떨어질 때가 왔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이러한 시기가 오기 마련"이라며 "결국은 슬럼프를 오래 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엔트리에 변화를 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분위기 쇄신의 의미를 확실히 한 것이다. 
▲ 1회부터 희생번트 집념
경기에 들어간 뒤에도 김 감독의 위기의식은 경기를 풀어나가는 장면에서 수차례 포착됐다. 1회 희생번트가 그랬다. 1번타자 작은 이병규가 안타를 치고 나가자 김 감독은 최영진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1사 2루로 득점권에 주자를 갖다 놓은 뒤 정성훈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 LG가 1회에 희생번트를 댄 것은 한 번밖에 없었다. 롯데와 함께 1회 희생번트가 가장 적은 팀이 LG였지만 이날은 확실히 달랐다. 최근 타선 침체 극복하기 위해서는 점수를 짜낼 수밖에 없었다. 
선취점을 잘 지킨 LG는 8회와 9회에도 각각 양영동과 김일경이 희생번트를 댔고 그 이후 득점에 성공하며 쐐기점을 얻는데 성공했다. 9회 대타로 나온 김일경의 역할이 바로 희생번트였다. 올 시즌 LG가 번트를 대기 위해 대타를 기용한 것도 처음이었다. 이날 LG는 총 3개의 번트를 댔는데 이는 시즌 두 번째. 올해 희생 번트가 38개로 롯데(35개) 다음으로 적은 LG였지만 이날 만큼 점수를 짜내며 승리에 대한 집념을 보였다. 
▲ 유원상의 6회 조기투입
3-2로 리드한 6회말. 김기태 감독은 선발 김광삼을 내리고 불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상열·이동현이 나란히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안타와 볼넷을 2개 내무져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타석에는 좌타자 양성우. 이때 김기태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필승계투 유원상이었다. 좌완 류택현이 있었지만 그를 낼 경우 한화의 오른손 대타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신경현·이대수가 오른손 대타 카드로 남아있는 상황. 김감독은 아예 유원상을 과감하게 조기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유원상이 6회에 마운드에 오른 건 지난달 15일 문학 SK전 이후 한 달여 만이었다. 6월 이후에는 7회 등판도 한 번밖에 없을 정도로 8회 이후 쓰는 필승 카드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한 김 감독은 4일 휴식 후 전날 6개의 공으로 1이닝을 막은 유원상을 조기 투입했다. 김 감독의 기대대로 유원상은 대타 고동진을 2루 땅볼로 잡고 동점과 역전주자 3명을 모두 잔루로 만들었다. 7~8회에도 안타 2개를 맞았을 뿐 실점없이 막아내며 팀을 구했다. 김 감독의 위기 탈출 승부수가 적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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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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