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반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예측을 넘는 성과를 낸 장르는 멜로-로코(로맨틱코미디)다.
지난 3월 22일 개봉한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주연 '건축학개론'(이용주 감독)은 총 전국 409만 9455명(영진위 공식집계)을 동원했다. 무려 53일만에 400만 돌파를 이루며 상반기 최고 장기 흥행력을 보여줬다. '너는 내 운명'과는 달리 역대 멜로 흥행 1위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특히 '건축학개론'은 정통멜로임에도 '눈물 한 방울' 없이 신선한 내용과 캐릭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 이어 로맨틱코미디 장르 역시 참신한 캐릭터로 승부수를 띄워 400만 관객 돌파를 이루게 됐다.

'건축학개론'은 기존 정통멜로의 공식을 답습한 영화가 아니다. 흔히 '최루탄 영화'라고 불리는 눈물 콧물 범벅 영화들을 '미워도 다시한번'에서부터 내려져오는 한국 멜로의 정서로 여겼으나, '건축학개론'은 '아련함의 정서' 하나만으로 400만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비슷한 감성이라는 반응도 많지만, 그 '8월의 크리스마스'에도 등장했던 등장인물의 '죽음' 같은 슬픈 소재도 없다.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주연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감독)은 올해 로코 부활의 시동을 건 '러브픽션'에 이어 이 장르에 본격적인 활기를 띠게 한 작품이다. 지난 달 17일 개봉한 '내 아내의 모든 것'은 21일까지 전국 396만 4861명을 동원했다. 이르면 22일 400만 돌파가 확실시된다.
지난 해 '오싹한 연애'를 제외하고는 로맨틱 코미디물이 줄줄이 흥행에 쓴 맛을 봤던 것을 상기할 때, 400만 돌파는 괄목할 만한 성과다. 물론 멜로보다는 로맨틱코미디가 흥행력이 더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역대 로맨틱코미디 4위인 2009년 개봉작 '7급 공무원'(403만명)을 넘게 되는 것은 실로 3년만이다.
'건축학개론'과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볼 수 있는 성공 요인인 철저한 '여성 장르'에서 탈피했다는 사실이다. 이 두 근접 장르는 최근 몇 년 사이닳고 닳은 장르로 치부되던 것이 사실이다.
한 영화 제작 관계자는 "멜로, 로맨틱코미디는 사실 남자들이 앞장서서 보러가는 장르는 아니다. 여자친구의 설득에 따라 갔다가 재미있다고 느끼면 그 영화는 성공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내 아내의 모든것'의 배우 이선균 역시 비슷한 말을 전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지만, 여자친구와 함께 보러 갔다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잘 만든 로맨틱코미디는 충분히 성공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이나 '건축학개론'은 1020 젊은 관객들의 지지는 물론 30대~40대 남성 관객의 호기심도 자아내며 비교적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잡았다. 커플-부부들을 막론하고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스토리로 전 연령층에서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낸 것이 성공의 한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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