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해도 7이닝 목표“, 이용찬의 책임감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6.22 10: 10

“시즌 첫 대결인데 다음 등판에서 또 맞붙거든요. 이번에 못 던지면 다음 경기에 앞서 완전히 기 살려주는 일이었으니 잘 던져야지요”.
12경기에 나섰고 그 경기들이 모두 승패로 갈렸다. 일단 자신이 나선 경기서 공헌이 되거나 패배가 되거나 어쨌든 자신이 모두 책임졌다. 특히 시즌 첫 대결에 다음 등판도 같은 팀과 만나는 만큼 평소보다 더욱 투철한 각오로 오른 마운드다. 이용찬(23, 두산 베어스)의 시즌 커리어하이 7승은 그 의미가 깊다.
이용찬은 21일 잠실 넥센전에 선발로 나서 7⅔이닝 3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3개) 무실점으로 호투, 시즌 7승(5패, 공동 3위, 22일 현재)째를 거두며 2007년 두산 입단 이래 반환점도 돌지 않은 상태에서 한 시즌 개인 최다승 기록을 올렸다. 현재까지 장원삼(삼성)과 함께 국내 선발 투수로는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 중이고 평균자책점도 2.25로 선발 대결 패배를 안긴 브랜든 나이트(넥센, 2.23)에 이어 2위다.

경기 전 만난 이용찬은 평소보다 밝은 표정으로 등판을 준비하는 듯 했다. 그러나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중상위권 자리를 지킨 넥센과의 대결이라는 점에 대한 긴장감은 숨길 수 없던 모양이다. “올해 LG 타선이 파울 커트에 능해 상대하기 어려웠는데 넥센 타자들도 투수들을 괴롭히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다”라고 이야기한 이용찬의 지난해 넥센전 성적은 2승 3패 평균자책점 3.33으로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상대 평균자책점이 좋았다고는 해도 경기마다 기복이 컸어요. 정명원 코치님께서 경기 나서기 전에 ‘첫 대결부터 부진하면 시즌 내내 끌려갈 수 있으니 이번 경기가 정말 중요하다’라고 하셨습니다. 잘 던져야지요”.
긴장감은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했다. 이용찬은 포수 양의지와 호흡을 맞춰 최대한 가운데로 몰리는 공은 피하는 노련해진 투구로 무피홈런 릴레이를 이어갔다. 120km대 후반의 낙차 큰 포크볼을 유인구로 활용하며 쏠쏠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경기 후 이용찬은 “솔직히 오늘은 못해도 7회까지 던지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목표로 매 경기 제 몫에 집중했던 이용찬이었으나 21일 넥센전서는 조금 더 힘을 쏟고자 했다. 계투진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진 만큼 자신이 선발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이전까지는 매 경기 퀄리티스타트에 집중했는데 이번에는 못해도 7회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던졌어요. 되도록 힘을 내뿜으면서 공격적으로 던진 것이 주효하기도 했고. 8회에 올라왔을 때도 솔직히 힘이 남아 있었습니다. 주자를 남겨두고 (홍)상삼이에게 마운드를 넘겼는데 그래도 믿었으니까요”.
이용찬은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선수다. 고교 시절에도 선발보다 계투가 훨씬 익숙했던 데다 자신이 1군에서 처음 맡았던 보직이 마무리인 만큼 ‘언젠가는 다시 마무리로서 활약하고 싶다’라는 바람도 숨기지 않는 솔직한 투수다. 3년 후배인 좌완 정대현(21)을 장난스럽게 괴롭히면서도 후배의 첫 승 공을 가장 먼저 목소리 높이며 ‘챙겨줘야 한다’라며 살피는 형이기도 하다. 어느덧 팀의 우완 에이스로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이용찬은 더 이상 어린 선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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