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soul을 만나다]스스로 움직이는 패션MC, 이영진
OSEN 이예은 기자
발행 2012.06.22 13: 48

"진심이 전달되는 방송으로 만들고 싶어요."
시사 프로그램도, 다큐멘터리도 아닌 패션 정보 프로그램에서 진심을 전달한다? 트렌디 패션 프로그램이라면 귀가 번쩍 뜨이는 스타들의 소식과 눈이 즐거운 비주얼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TV조선 '연예 in TV the TREND'를 통해 첫 단독 MC를 맡게 된 모델 겸 배우 이영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튜디오에서 그냥 전달받은 말을 빤하게 전하는 그런 방송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건 저보다 훨씬 잘 하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23일 방송될 '연예 in TV the TREND' 녹화가 진행중인 서울 강남의 한 동물병원에서 이영진과 마주앉았다. 패션 정보 프로그램 MC와의 인터뷰라고 하기엔, 장소도, 내용도 심상치가 않았다.
★저는 '리얼'에 강해요
이영진은 영화 '여고괴담2'의 풋풋한 여고생으로 아직도 많은 이의 기억에 남아 있다. 모델과 배우 활동을 겸하면서 서른을 넘긴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연예계 대표 패션 피플 중 한 명이다.
'연예 in TV the TREND'의 MC 제안을 받은 것도 그래서였다. 하지만, 패션 정보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리얼 체험기'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 이영진의 생각이다.
"저는 원래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을 좋아했어요. 사실 스튜디오에서 진행을 맡는 MC는 해 본 적도 없었고요. '리얼'이라면 그냥 저 자신을 드러내면 되는데, MC 진행은 인위적으로 내용을 끌고 나가야 하는 면이 있어서 쉽지 않더군요. 런웨이나 화보처럼 비주얼만 가지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평범한 진행(?)에 익숙하지 않았던 이영진은 그래서 MC가 스스로 트렌드를 체험하고 그에 대한 평가 또는 해답을 내놓는 코너인 '트렌드 읽어주는 여자'를 만들었다.
"'트렌드 읽어주는 여자'는 완전히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에요. 저도 직접 회의에 참여해서 아이템을 선정해요. 제가 직접 해봐야 하는 거니까요. 예를 들어 '운동화 신은 도시 여자(운도녀)'가 화제라면, 직접 거리에 나가서 구경도 하고, 제가 생각하는 운동화를 잘 신는 스타들을 인터뷰하기도 하는 식이에요."
'진행'에만 초점을 맞춰 주어진 아이템과 그에 따르는 분석만 내놓는다면 MC로서는 더 편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영진은 아니라고 말한다.
"패션? 사실 말이야 쉽죠. '락 페스티벌 갈 때는 트렌디하게 입어 보세요'라고 누구나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옷 몇 벌 본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제가 직접 해 보고, 제 생각도 말해주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송을 만들고 싶어요. 그렇게 해야 진짜 친근하고 트렌디한 패션 프로그램이 된다고 생각해요."
지난 방송 주제인 '수영복' 연출을 설명하기 위해 이영진은 그날 방송에 입고 나온 의상의 모든 이너웨어를 수영복으로 입었다. "수영복도 패션 아이템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거든요. 저는 사실 수영을 못하지만 수영복은 아주 많답니다."
★패션만 다루지 않는 패션 프로그램
애견가로 유명한 이영진은 개 두 마리와 함께 인터뷰에 임했다. 이날의 '연예 in TV the TREND'에는 '애견 스파 체험' 코너 녹화가 있었기 때문.
이날의 코너 주제에서 볼 수 있듯이, '연예 in TV the TREND'의 세부 주제는 패션과 직접 상관없어 보이는 아이템일 때도 있다. '반려동물과 잘 지내는 법', '초보 캠핑, 과연 쉽게 할 수 있나' 등등.
"제가 평소에 궁금하던 것들을 많이 해보려고 해요. 이를테면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 오늘 하는 것처럼 반려동물과 잘 지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보여주는 거죠. '동물을 사랑하자'고 말하기는 쉬워요. 하지만 동물을 키우려면 배변훈련부터 위생관리까지 여러 가지 골치 아픈 것들이 필요해요. 그런 게 뭔지 알려주고 싶어요."
인터뷰 중 이영진의 애견인 차우차우 '크림'은 시도때도 없이 돌아다녔고, 또 다른 강아지 '다미'에게 경계심을 표출하기도 했다. '다미'는 유기견으로, 이영진이 임시보호를 맡고 있는 이른바 '믹스'견. 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해 이영진에게 맡겨졌다.
이효리, 조윤희 등 애견 스타들이 많은 요즘, 이영진은 "어린 시절부터 개를 키워왔는데, 연예인이기 때문에 '이미지 관리가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말을 들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이런 건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지금처럼 연예인들이 동물보호에 신경쓰는 분위기는 설사 '시늉'이라고 해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동물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뀐 것 같고요. 계속 이런 식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네요."
패션 정보 프로그램이자, 리얼리티 쇼이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교양(?) 프로그램이기도 한 '연예 in TV the TREND'는 이영진에게 여러 모로 잘 맞아 보이는 장이다.
이영진이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요즘 제작진한테서 '노출'의 압박(?)도 좀 받고 있어요. 노출을 꺼리는 편은 아닌데, 원래 아주 편안한 복장과 분위기로 가려던 취지가 살짝 달라지고 있네요. 이것도 MC가 짊어져야 할 일인가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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