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승부 기상도, '연속극 KIA-반전극 넥센'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6.22 12: 39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드라마의 성향도 갈린다. 어떤 이들은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일일연속극을 좋아한다. 보통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저녁식사 시간에 방영하는 일일연속극은 큰 반전 없이 매일 30분 씩 극이 진행된다. 또한 반전 드라마를 좋아하는 팬들도 있다. 이런 유형은 1시간의 플레이타임 가운데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는 맨 뒤의 10분가량이 중요하다.
이것을 야구에 적용하면 어떨까. 연속극은 역전승이나 패가 적은 팀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고 반전극은 반대로 역전이 잦은 팀과 어울린다. 특히 역전의 기준을 6회 이후로 맞추면 더욱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경기 후반 역전으로 승부가 갈리면 그라운드의 선수나 경기를 지켜보는 팬이나 심박 수가 요동치기 마련이다.
▲ 가장 반전이 적다, 평온한 KIA 타이거즈

올 시즌 '연속극'과 가장 비슷한 야구를 하는 팀은 KIA 타이거즈다. KIA는 24승 가운데 9승이 역전승으로 이 부문 꼴찌다. 그 다음으로 역전승이 적은 롯데(11승)보다 2승이 적다. 6회 이후 역전에 성공한 것도 4번에 불과, 마찬가지로 가장 적다.
사실 KIA가 역전승이 적은 건 팀 타선과 연관 지을 수 있다. 21일 현재 KIA의 팀 타율은 2할5푼4리, 총 득점은 229점, 경기당 평균 득점은 3.94점, 팀 홈런은 16개로 거의 모든 공격 지표에서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팀 홈런 16개로 홈런 1위 강정호(19개)보다 적다. 6월 들어서는 팀 홈런이 2개에 그칠 정도로 장타력이 부족해 결국 팀 장타율 역시 3할3푼5리로 최하위다.
역전을 하기 위해선 상대 필승조를 뚫어야 한다. 보통 필승조는 팀에서 구위가 가장 좋은 선수들이 맡는데, 연속안타가 나오긴 쉽지 않으므로 결국 필요한 건 장타다. KIA가 가장 최근에 연장전에서 승리를 거뒀던 9일 사직 롯데전이 가장 좋은 예다. 이날 KIA는 1-2로 끌려가다 9회 대타 최희섭이 롯데 마무리 김사율로부터 홈런을 뽑아내며 연장에 돌입, 역전승을 거뒀다. 장타가 적으니 경기를 뒤집는 경우도 적다.
반면 KIA는 경기 막판 역전을 당하는 경우도 적다. 전체 역전패는 13번(3위) 당했는데 대부분 5회 이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KIA는 6회 이후 역전을 허용, 경기를 내준 건 단 2회에 그치고 있다. 이 부문 2위인 삼성(3회), 3위 롯데(5회) 보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떨어지는 KIA다. KIA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37로 뒤에는 한화(4.95)만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 7위, 세이브·홀드 모두 톱5에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은 KIA지만 경기 막판 역전패가 적은 건 선동렬 감독의 불펜 운영이 비결이다.
▲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넥센 히어로즈
반면 넥센 팬들은 경기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올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넥센은 12번의 역전승 가운데 무려 8번이 6회 이후 역전승이다. 넥센 선수들 사이에는 언제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역전승에 포함되지 않은 9회 끝내기 3차례까지 더하면 올 시즌 가장 극적인 야구를 하는 팀은 넥센이다.
다만 문제는 역전패다. 절대적인 역전패 자체는 적다. 넥센은 올해 10번 역전패를 당해 SK(9번)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선취점을 얻었을 때 성적은 21승 8패 2무(승률 .724)로 매우 높다. 다만 문제는 6회 이후 역전패다. 넥센은 10번의 역전패 가운데 6회 이후 역전패가 무려 8번이다. 이는 한화와 함께 공동 1위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한화는 16번의 역전패 가운데 8번일 뿐이다.
일단 마무리 손승락이 잠시 주춤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올 시즌 손승락은 1승 2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24로 표면적인 성적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블론세이브 5회로 이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필승조 좌완 오재영의 부진도 뼈아프다. 5월엔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6월 들어 7경기에서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0.29를 기록했다. 게다가 불펜투수에겐 치명적인 피홈런은 무려 4개를 허용했다. 결국 오재영은 21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경기 막판 흥분할 일도, 뒷목 잡을 일도 많은 넥센 팬들은 그래도 행복하다. 시즌 반환점을 얼마 안 남겨둔 현재까지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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