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 '슈퍼세이브', '블론세이브'에 씻겨내리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6.22 21: 59

경기 내용을 봤을 때 가장 빛나는 수훈 선수였었다. 적어도 9회초까지는. 두산 베어스의 ‘현재이자 미래’ 정수빈(21)이 박찬호(39, 한화 이글스)를 흔드는 동점타에 2루타성 타구를 뜬공으로 변모시키는 ‘슈퍼 세이브’를 보여줬으나 마무리 스콧 프록터(35)의 블론세이브에 팀원들과 함께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정수빈은 22일 대전 한화전에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회 우측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동점 2루타로 윤석민의 2타점 우전 안타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정수빈이 더욱 빛난 것은 공격이 아닌 수비였다.
8회말 무사 1루. 타석에 선 최진행은 계투 임태훈의 8구 째를 제대로 받아쳤다. 이는 외야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가 되는 듯 했다. 2-4 두 점 차였던 만큼 9회 끝내기타 주인공인 최진행이 좀 더 일찍 영웅이 될 수 있던 좋은 타구였다.

그런데 여기서 정수빈이 전력질주 후 다이빙 캐치로 뜬공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믿을 수 없는 순간 스피드로 타구를 낚아채는 호수비로 팀 리드를 지킨 정수빈의 수비는 이날 경기 ‘플레이 오브 더 데이’로 꼽힐 만한 수비였다. 그러나 팀은 프록터의 9회말 3실점 블론세이브로 인해 4-5 믿기 힘든 역전패를 당했다.
사실 정수빈은 이날 경기 선발 출장하지 못할 뻔 했다. 당초 두산에서 생각했던 라인업은 2번 타자 우익수 자리에 정수빈이 아닌 이성열이었기 때문. 원정팀 초 공격인 만큼 공격 지향적 라인업을 구축하고 선제점을 중시하고자 했던 것이 두산의 1차 방안이었다. 넥센과의 3연전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정수빈의 타격 컨디션도 감안했던 라인업이었다.
라인업 교환까지 단 5분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김진욱 감독은 라인업을 수정했다. 이성열이 연습 도중 가슴에 타구를 맞는 바람에 대신 정수빈을 2번 타자 우익수로 넣은 것. 수 분을 남기고 선택한 라인업 수정이 없었더라면 두산은 정수빈의 동점 2루타와 ‘슈퍼 세이브’를 못 볼 뻔 했다. 그러나 9회말 프록터의 갑작스러운 붕괴와 잇단 수비 실수는 정수빈의 '슈퍼 세이브'를 그저 좋은 장면으로 남겨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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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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