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주연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감독)과 조여정, 김동욱 주연 영화 '후궁:제왕의 첩'(이하 후궁, 김대승 감독)이 나란히 400만-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22일 전국 4만 2022명(영진위 집계)을 모아 누적관객수 400만 6878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지난 달 17일 개봉한 '내 아내의 모든 것'은 개봉 37일만에 400만 고지를 넘어서게 됐다.
이번 기록은 개봉 47일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한 '7급 공무원'보다 10일 빠르고, 53일만에 400만 관객을 넘어선 '건축학개론'보다 16일 앞선 속도다. 또 '댄싱퀸'의 54일보다도 17일 빠른 기록으로 '내 아내의 모든 것'에 대한 관객들의 지지를 실감케 한다. 뿐만 아니라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역대 로맨틱코미디 5위를 넘어 역대 4위인 '7급 공무원'(403만명)도 23일 가뿐히 넘어설 전망이다.

이로써 올 상반기에는 '대박'이 쉽지 않다는 장르적 한계를 딛고 멜로와 로맨틱코미디물(건축학개론-내 아내의 모든 것)이 나란히 400만 돌파를 이루는 이색 기록도 연출하게 됐다.
그런가하면 '후궁'은 22일 전국 6만 1206명의 관객을 더해 누적관객수 202만 4701명을 나타냈다. 박스오피스 2위.
지난 6일 개봉한 '후궁'은 이로써 개봉 17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방자전'과 같은 속도의 흥행이기도 하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제약에도 2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큰 하락세 없이 인기를 이어가고 있어 손익분기점인 225만여명도 관객도 무난히 넘기고, 올 상반기 개봉한 19금 4부작(간기남-은교-돈의 맛-후궁) 중 가장 흥행적으로 성공한 작품이 될 예정이다. 이들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 3톱 중심에 선 여풍
상반기 영화 흥행 키워드 중 하나인 '여풍'이 '내 아내의 모든 것'과 '후궁'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각각 임수정, 조여정이라는 여배우가 3톱(3명 주인공)의 중심에서 극을 이끌어간다. 임수정은 지난 2009년 500만명을 넘게 동원한 영화 '전우치'에서는 '홍일점'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면 이번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는 독보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당당히 흥행 여배우로 자리매김, 한국 대표 30대 여배우로서의 자존심을 살렸다. '동안 미녀'라는 이미지를 '독설 미녀'로 뒤엎고 본인의 장점인 정확한 대사력과 좋은 목소리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이다.
조여정은 '방자전'에 이어 다시한번 파격 노출이 있는 영화 '후궁'을 선택해 우려를 샀지만 자신감이 빛을 발한 경우다. 사극영화란 점, 노출 연기가 필요하다는 점, 두 남자 사이에서 비극을 가져오는 미색의 여주인공이라는 점 등이 닮아 관계자들과 팬들의 걱정을 샀던 것이 사실.
이에 조여정은 "파격적인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확신이 섰다. 많은 분들이 제가 어떤 이미지로 가고 싶은건지 영화를 보시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 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빼고 더 확신을 가진 세 가지 믿음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대승 감독에 대한 믿음, '후궁'이 좋은 작품이란 것에 대한 관객과 언론의 지점이 같은 것이라는 믿음을 꼽았다. 이들은 상반기 극장가 여풍의 한축을 담당했다.
◆ 장르물의 참신함
로맨틱코미디 장르는 지난 해 '오싹한 연애'를 제외하고는 줄줄이 흥행에 쓴 맛을 봤던 것을 상기할 때, 400만 돌파는 괄목할 만한 성과다. 물론 멜로보다는 로맨틱코미디가 흥행력이 더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역대 로맨틱코미디 4위인 2009년 개봉작 '7급 공무원'(403만명)을 넘게 되는 것은 실로 3년만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볼 수 있는 성공 요인인 철저한 '여성 장르'에서 탈피했다는 사실이다. 멜로나 로맨틱코미디는 최근 몇 년 사이닳고 닳은 장르로 치부되던 것이 사실이다.
한 영화 제작 관계자는 "멜로, 로맨틱코미디는 사실 남자들이 앞장서서 보러가는 장르는 아니다. 여자친구의 설득에 따라 갔다가 재미있다고 느끼면 그 영화는 성공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내 아내의 모든것'의 배우 이선균 역시 비슷한 말을 전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지만, 여자친구와 함께 보러 갔다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잘 만든 로맨틱코미디는 충분히 성공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1020 젊은 관객들의 지지는 물론 30대~40대 남성 관객의 호기심도 자아내며 비교적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잡았다. 커플-부부들을 막론하고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스토리로 전 연령층에서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낸 것이 성공의 한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후궁' 역시 기존에 드라마에서 수없이 봐왔던 '권력의 암투'에 대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극드라마가 아닌, 사극 영화로서 볼거리를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이다.
'후궁'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배경을 지운다면 우리가 모르는 외국 어느 나라의 왕좌의 게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배경이 의미가 없다. 특히 고대 비극을 연상케한다는 반응이많다.
사랑에 미치고, 복수에 미치고, 권력에 미치고,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지독한 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이 에로틱 궁중사극은 셰익스피어의 비극적 인물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미장센에서도 어머니의 치마폭에 벗어날 수 없는 왕과 그런 아들-왕을 짓누르는 대비의 연극적 위치, 사극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던 지하 감옥이나 왕과 중전의 정사신, 살해 장면 등의 설정이 마치 조선시대를 '차용'한 그리스 비극같은 인상이다. 조상경 의상감독 역시도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생각났다고 밝힌 바 있다.
자칫 '후궁'은 드라마에서 수없이 반복된 왕좌를 차기하기 위한 암투를 다룬 이야기로 식상할 법도 했고 평도 엇갈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캐릭터의 묵직함으로 드라마와는 또 다른 무게감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장점이다. 실제로 '후궁'은 과거에 투영된 현재의 풍경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시대적 배경은 모호한 판타지다. 정확치 않은 '과거'라는 어느 시점은 '재연'이라기 보다는 창조된 미술로 표현해냈다.

◆ 엇갈린 평, 내가 한번 직접보자
'후궁'의 경우에는 조여정의 파격연기라는 이슈가 있기는 했지만 엇갈린 평점과 극과 극 반응으로 흥행을 쉽게 점칠수 없던 작품. 개봉 이후에도 반응이 한 곳으로 수렴되는 모습이 아닌, 다양한 관점의 평들이 확산됐다.
"탄탄한 스토리와 조여정, 김동욱, 박지영의 열연이 돋보였다", "깊이있는 사극영화", "웰메이드 사극 영화의 좋은 예", "강렬하게 소름끼치는 스토리와 주인공들의 연기가 좋았다" 등의 호평이 있는 반면 "캐릭터가 전부 따로논다", "노출 때문에 관심을 가졌는데 보고 실망", "보고나서 사람들이 말이 없더라", 후궁; 예술성도 미흡 스토리도 반전도 기대 이하" 등의 엇갈린 반응들이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초반 낮은 평점은 시간이 갈수록 상승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흥행이 힘을 발휘한 것은 관객들이 이런 양극의 반응에 '직접 보고 내가 판단하겠다'라는 선택을 한 이유가 컸다, 리들리 스콧의 SF '프로메테우스'가 역시 엇갈린 평으로 흥행이 다소 부진한 것과 다르게 '후궁'은 팽팽한 다른 관점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키웠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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