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까지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03으로 맹위를 떨친 천적 ‘코리안 특급’. 마무리 스콧 프록터(35)의 제구난과 수비 실수로 4-5 끝내기 패배를 당했으나 거물 박찬호를 패전 위기까지 몰고 간 것은 ‘두목곰’ 김동주도 ‘타격 기계’ 김현수도 아니었다. 주전보다 백업이 익숙했던 윤석민(27, 두산 베어스)이 그 역할을 해냈다.
윤석민은 지난 22일 대전 한화전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 1볼넷에 5회 4-2로 앞서나가는 2타점 우익수 방면 안타로 맹활약했다. 9회말 마무리 프록터의 갑작스러운 난조와 수비 실수로 경기가 뒤집히기 전까지 이날 경기 히어로로 내정되었던 윤석민이다.
특히 이전 경기까지 박찬호에 약한 면모를 보이며 끌려갔던 두산이 윤석민의 적시타를 통해 박찬호를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갔다는 점은 의미가 컸다. 1-2로 뒤지고 있던 5회 1사 후 고영민, 최주환의 연속 볼넷에 이은 정수빈의 1타점 우익수 방면 동점 2루타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던 순간 윤석민은 박찬호의 초구 투심 패스트볼(139km)을 잘 때려냈다.

초구 공략이었으나 윤석민은 김동주의 전성 시절 타격을 연상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에서 눈을 떼지 않고 투심 패스트볼의 변화점을 포착했다. 이 타구는 약간 우익선상으로 휘어지는 궤적을 그린 뒤 우익수 강동우의 수비가 닿지 않는 곳으로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가 되었다.
21일 넥센전서 왼쪽 햄스트링 근육 미세 파열 부상을 당한 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김동주의 공백. 올 시즌 위력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김동주는 그동안 두산 타선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컸다. 그 김동주의 확실한 대체자를 찾지 못하고 열흘 간 경기를 치러야 하는 입장에서 윤석민의 맹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대적으로 수비가 불안하다는 평을 받으며 출장 기회가 적은 편이던 윤석민이 수비 부담 없이 지명타자로 위력을 떨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8회 선두타자로 나서서는 우전 안타를 때려낸 뒤 2루 도루를 깜짝 성공시키며 2004년 데뷔 후 9시즌 째만에 첫 도루 기록을 남겼다. 주루 능력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던 윤석민이었으나 과감하게 뛰는 모습까지 보이며 선발 라인업에서 위력을 떨친 윤석민이다.
그동안 윤석민의 야구 인생은 불운했다. 데뷔 초기부터 ‘제2의 김동주’로 불렸으나 확실하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병역 의무 이행 과정에서는 행정 착오가 겹치며 군 팀 입대 대신 공익근무로 2년 이상을 복무했다. 지난 시즌 김경문 전 감독은 6월 돌입 후 “윤석민을 주전 3루수로 키워보겠다”라고 이야기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윤석민의 출장 기회도 사라졌다.
올 시즌에도 선발 출장보다는 대타가 익숙한 모습을 보였던 윤석민. 2군에서 ‘제2의 김동주’로 꼽혔던 윤석민의 1군 생활은 그동안 어둠이 많았다. 그러나 22일 윤석민은 팀의 ‘찬호 공포증’을 없애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포스트 김동주’가 필요한 팀에 입후보 원서를 제대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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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