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BS' 프록터, 심리적 이유 컸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6.23 09: 32

“괜찮다. 프로페셔널이니까. 가족들이 다시 돌아간다는 것에 나도 마음이 아프지만 이겨내야지”.
원정길을 떠나있는 동안 가족들이 미국으로 돌아간다. 다섯째 아이의 출산을 앞뒀기 때문이다. ‘괜찮다’라며 스스로를 위로했으나 흔들리는 마음이 결국 연이은 제구난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세이브 선두(19세이브) 스콧 프록터(35, 두산 베어스)의 22일 한화전 난조에는 가족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숨어있었다.
프록터는 지난 22일 대전 한화전서 4-2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5회초 3점을 뽑아내며 역전했고 김재환, 정수빈의 진기명기급 수비가 나왔던 경기. 분위기 상 두산이 승기를 잡은 터라 프록터의 20세이브 고지 선점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프록터는 대타 고동진, 이대수에게 연속 안타를 내준 뒤 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득점에 1루수 김재환의 다소 미숙한 수비까지 겹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결국 프록터는 1사 만루서 최진행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12일 사직 롯데전 1⅔이닝 2실점 블론세이브 패배에 이은 열흘 만의 블론세이브와 패배였다. 올 시즌 프록터는 1승 2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03(22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경기 외적으로 살펴보면 여기에는 가족들을 떠나보낸다는 허전함이 자리잡고 있다. 프록터의 아내 캐리씨와 캠든, 메리, 쿠퍼, 체이스 네 자녀는 23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다섯째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만큼 타국보다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 하에서였다. 21일 잠실 넥센전을 마치고 곧바로 대전 원정길을 떠나야 했던 프록터는 그만큼 잠실구장에서 오랫동안 가족들과 눈을 맞췄다.
22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프록터는 “가족들이 23일 미국으로 돌아간다”라며 “괜찮아, 괜찮아”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안하고자 했다. 23일 팀이 대전 원정 경기 중인 만큼 떠나는 마지막 모습은 못 보고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입장의 프록터였다.
구단 관계자는 프록터에 대해 “사실 프록터는 가족들이 떠나지 않고 한국에서 남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라고 밝혔다. 동료 더스틴 니퍼트와 마찬가지로 프록터도 가족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선수다. 거의 매 경기 가족들이 잠실구장을 찾는 것은 물론 낮 시간에는 아이들과 그라운드를 밟으며 아버지로서도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했던 프록터다. 메이저리그 구단에 다시 러브콜을 받지 못한 뒤 머나먼 타지에서 야구를 하면서도 자신을 버티게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믿을 수 없는 난조로 인해 경기를 그르치고 만 프록터. 그의 블론세이브에는 단순한 경기력 저하만이 아닌 가족들과의 잠정적 이별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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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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