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수술한 효과가 이제 나타나는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 좌완 이명우(30)는 벌써 지난해 출전 경기를 넘어섰다. 2011년 좌완 원포인트로 활약하며 37경기서 3홀드 평균자책점 3.63을 거뒀던 이명우는 현재 39경기에 출전, 2승 3홀드 평균자책점 2.63으로 활약 중이다. 전체 일정의 40%가량을 소화한 현재 가파른 출전 페이스다. 경기 출전은 전체 투수 가운데 단연 1위다.
그만큼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좌완 원포인트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우타자가 나와도 자신있게 상대한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284)보다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267)이 더 낮을 정도다. 대개는 한 이닝을 막기 보다 경기 후반 좌타자 타석 때 등판해 1이닝 정도를 책임지고 있다.

이명우의 가장 큰 무기는 정교한 제구력이다. 지난 12일 사직 두산전에서 올 시즌 첫 볼넷이 나오기 전까지 22⅔이닝 연속 무사사구 기록 행진을 이어갈 정도였다. 역대 최고 기록은 한화 이상군 운영팀장이 현역 시절던 1986년 세웠던 48⅓이닝 연속 무사사구다. 내심 무사사구 기록에 도전하고팠던 이명우는 기록이 깨진 이후 "아쉽다. 그렇지만 다시 볼넷 안 주면서 기록 만들어가면 된다"고 말했었다.
그렇지만 이명우의 활약 비결이 제구력에만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원래부터 제구력이 훌륭한 투수였지만 이명우의 고민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던 구속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마무리 훈련 때는 "만약 내가 오른손으로 던지는 투수였다면 진작에 방출되었을 것"이라는 자조적인 농담을 할 정도였다.
지난 해까지 이명우의 최고 구속은 130km대 후반. 2010년 6월 미국 LA 조브 클리닉에서 감바델라 박사의 집도로 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지만 잃어버린 구속은 좀처럼 돌아올 줄 몰랐다. 그래서 올해 목표를 '구속 높이기'로 정하고 피나는 노력을 했다. 전지훈련 도중 체중을 감량하고 롱토스를 늘리는 과정을 거쳤다.
덕분에 지금은 빨라진 구속으로 타자들을 자신있게 상대하고 있다. 작년까진 구속의 한계 때문에 도망가는 피칭을 했다면 지금은 한 가운데 승부도 주저없이 펼친다. 이명우는 "작년 최고 구속이 137km밖에 안 나왔다. 그런데 올해는 그냥 던져도 142km가 나온다. 구속이 5km나 늘었다"면서 "이제야 수술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활짝 웃는다.
주형광 투수코치 역시 "작년까진 거의 스리쿼터 각도로 팔이 나왔었다. 수술 후 심리적인 부담 때문인지 계속 팔 각도가 떨어 졌었다. 그렇지만 올해는 명우의 팔 각도가 많이 올라갔다. 덕분에 구속도 올라와 본인이 자신감있게 공을 던지고 있다"며 활약 비결을 짚었다.
올 시즌 관건은 체력 유지다. 현재 이명우는 데뷔 후 가장 많은 공을 던지고 있다. "체력은 불펜에서 체크해 준다. 큰 문제는 없다"고 이명우는 말하지만 최근 볼넷이 늘어나는 등 조금은 힘이 빠진 모습이다. 구속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이명우는 이제 '여름과의 싸움'이라는 두 번째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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