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로서 분전했다. 워낙 좋은 힘을 갖춘 투수인데다 1군 경험이 쌓이면서 자기 공에 대한 자신감도 부쩍 높아지며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해 선발로서 자리를 잡아주고 있다. 그런데 타선이 도와주지 못했다. 두산 베어스 우완 선발 노경은(28)이 선발 4경기서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고도 박복한 승운에 울어야 했다.
노경은은 23일 대전 한화전서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5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4개) 2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0-6 영봉패 경기의 선발패 뿐이었다. 이날 경기서 노경은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3.14(23일 현재)로 낮췄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시즌 성적은 3승 3패 7홀드다.
4회 위기를 맞은 뒤 이대수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준 것과 제구가 다소 불안정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나무랄 데 없는 투구였다. 특히 3회말에는 양성우-백승룡-장성호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는 위력을 보여줬다. 150km을 상회하는 직구에 투심-슬라이더-커브-포크볼 등 다양한 구종을 선보인 노경은이다.

4선발 임태훈의 팔꿈치 부상 후 지난 6월 6일 잠실 SK전서부터 선발로 나서고 있는 노경은은 6일 SK전 6⅔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으나 노 디시전으로 마쳤다. 12일 사직 롯데전서도 7이닝 5피안타 2실점 투구를 펼쳤으나 이날도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나마 17일 잠실 삼성전서 7이닝 3피안타 2실점 승리를 거둔 것이 위안거리였다. 기본적으로 타선 지원이 좋았던 날은 17일 삼성전에 불과했다.
23일 한화전서 두산 타선은 2아웃 후 뒤늦게 찬스를 만들거나 1사 후 찬스를 확실히 해결하지 못하면서 본의 아니게 노경은을 지켜주지 못했다. 1회 1사 1,3루서는 김현수와 김재환의 연속 외야 뜬공이 나왔고 6회 1사 2루 이성열의 타석에서는 타자의 헛스윙 삼진에 이어 정수빈의 3루 도루자가 겹쳤다.
7회 2사 후 1,2루 기회를 잡아낸 두산은 허경민의 타구가 2루수 백승룡에게 안기며 결국 영봉패 당하고 말았다. 타구는 하필이면 상대 수비 시프트가 이동한 쪽으로 날아갔고 결정적인 순간 도루자와 실수가 나왔다. 2회말 우천 중단으로 21분을 쉬고도 다시 나서 역투를 펼친 노경은의 분전은 타선의 보답을 받지 못했다.
동료와 팀을 지게 하려는 타자는 없다. 만약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면 이미 코칭스태프와 동료는 물론 팬 앞에 프로 선수로서 자격을 상실한 것과 다름없는 일. 한화전 연패 사슬을 끊어보려던 두산 타선은 수싸움에서 밀려 상대 선발을 괴롭게 하는 데 실패하며 노경은을 '박복한 선발 투수'로 만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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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