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레이스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인 6월 하순 2012 프로야구 8개 구단이 선수들의 줄부상과 슬럼프로 고민이 쌓이고 있습니다. 올해는 선두를 달리는 팀도 승률 6할을 넘지 못하고 각 팀이 물고 물리는 접전을 펼치느라 선수들이 피로도가 극심해서인지 모든 구단에서 부상 선수들과 느슨한 플레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경기의 수준이 떨어져 어처구니 없는 에러가 속출하고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와 유사한 난전이 자주 나와 관전하는데 재미는 주지만 질적으로는 낮은 경기가 많아져 하향 평준화라는 평가도 받을만 합니다.
수준 낮은 장면의 보기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LG전에서 자이언츠의 2점째 득점 순간입니다. 4회초 1사 2루에서 정훈이 리즈를 상대로 좌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짧은 안타를 쳤습니다. 트윈스의 박용택은 전진 수비를 펼치다가 달려나와 포구해 2루주자가 홈으로 뛰어들기에는 무리였으나 2루주자 조성환은 홈으로 대시했고 슬라이딩, 세이프가 됐습니다.

이날 목동구장 삼성-넥센전에서 히어로즈의 선취점 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3회말 1사 3루에서 박병호가 친 플라이는 라이온즈 중견수 배영섭이 상당히 앞으로 달려나와 잡아 3루주자가 리터치하기 아려웠지만 3루주자 서건창은 홈으로 뛰어들었고 배영섭의 홈송구는 포수의 약간 오른쪽으로 날아와 터치가 늦었습니다. 국제대회 같으면 도저히 홈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장면입니다.
무더위 속에서 접전이 잦자 자주 등판한 특급 마무리 투수들의 블론세이브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마무리로 100% 성공했던 LG의 봉중근도 22일 롯데전에서 5-3으로 리드하고 있던 9회초 강민호에게 투런홈런을 맞고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날 세이브 1위(19세이브) 두산의 스콧 프록터는 한화와 대전 원정에서 4-2로 앞서던 9회말 등판해 볼넷과 안타를 연속으로 허용하며 블론세이브에 패전까지 기록했습니다.
블론세이브는 한두번 보는 맛을 주지만 잦으면 식상하게 만들고 팬들에게 허탈감과 실망을 안깁니다. 가장 많은 넥센이 9회를 기록했는데 그만큼 잘 나가던 넥센의 행보가 불안한 것입니다. KIA는 8회로 넥센 다음으로 많으며 롯데와 한화, LG가 각각 7번씩 마크했습니다.
1위 SK도 6번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해 선두에 올라있어도 2위 아래 팀과 승차를 많이 벌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두산이 5회, 삼성은 가장 적은 세차례를 기록했습니다.
개별적으로는 넥센의 손승락이 5번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SK의 정우람이 4번, 롯데 김사율과 한화 바티스타는 3번씩, KIA 유동훈과 두산 프록터는 2번, 오승환과 함께 LG의 봉중근이 1번으로 가장 적습니다.

선수들의 줄부상과 슬럼프는 다른 선수들에게 과부하를 주어 승리를 놓치거나 경기의 질을 저하 시킬 수 있는데 선두 SK도 사정은 똑같습니다. SK는 특급 불펜 박희수와 정우람이 지난 21일 부상과 피로도가 심해 엔트리에서 제외 돼 비상이 걸렸습니다.
선발 송은범의 부상 공백이 장기간 이어져 선발진 운영에 어렵다가 이제는 불펜도 문제가 된 것입니다. 마운드가 부진하니까 타선마저 덩달아 슬럼프에 빠져 이만수 감독이 애를 먹고 있습니다.
롯데는 주포 홍성흔이 갈비뼈 부상으로 빠졌다가 최근 보름만에 복귀했지만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 문규현이 가래톳 근육 파열로, 2루수 조성환은 체력이 떨어져 힘들게 출전해 수비에 문제점이 생겼습니다. 3루수 황재균은 자신의 타구에 발등을 맞아 정상이 아니고 백업멤버로 성공한 손용석과 박준서도 연이은 부상으로 고생하는데다 또 집단 슬럼프 증세로 막강 타선이 제대로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시즌 초반에 차우찬 등 선발진과 중심타자 최형우가 부진해 하위권에서 맴돌다가 최근 조금씩 살아나 다행입니다.
돌풍을 일으킨 넥센은 홈런더비 1위인 강정호가 지난 21일부터 왼발정강이뼈 부상(봉와직염)으로 2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26일까지 입원한 뒤 일주일 정도 휴식을 취하고 다시 경기에 나설 계획입니다.
3번타자 이택근도 목 담 증세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넥센은 허리를 든든하게 지켰던 오재영, 김상수, 이보근 등 불펜이 흔들리면서 넥센도 9번의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두산은 지난 해 다승왕 2위(16승)인 김선우가 무릎 통증이 나아지지 않아 마운드에 구멍이 생겼고 4번타자 김동주는 왼 허벅지 햄스트링 증세로 22일 엔트리에서 빠져 공격력이 약화됐습니다.
KIA는 김상현이 지난 4월 9일 왼손바닥 골절상 진단을 받고 후크뼈(유구골) 제거 수술을 받아 출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희섭과 이범호, 이용규 등 주축타자들이 장기간 슬럼프로 공격력이 밑바닥입니다.
그리고 불펜진이 희망이었던 신예 박지훈이 잦은 등판 때문인지 최근 신통치 않아 경기 후반에는 불안불안합니다.
어느 해나 무더위가 시작되면 줄부상과 슬럼프 증세가 나타나지만 올해는 모든 팀 접전 양상이 치열해져 선수들의 피로도가 가중되는 바람에 전구단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려면 앞으로 두달 정도를 이겨내는 팀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