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프' 삼성 라이온즈의 상승세가 무섭다.
개막 직후 하위권에 맴돌았던 삼성은 19일 대구 KIA전 이후 4연승을 질주하며 23일 현재 3위까지 급상승했다. 개막전 자타 공인 '1강'으로 꼽혔던 팀다운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예상 밖의 결과는 아니다. 이제서야 제자리를 찾아간다고 보면 된다. '올라갈 팀은 올라가게 돼 있다'는 표현이 딱이다.
류 감독은 4월부터 전력 질주를 예고했다. 초반부터 치고 나가며 선두 입지를 굳히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부진을 면치 못했다. 투타 엇박자가 컸다.

6인 로테이션을 운영할 만큼 선발 자원이 풍부했지만 삐걱거리는 소리가 커져 갔다.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는 바람에 마운드 운용 전략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정현욱, 권오준, 안지만 등 필승 계투조는 예년과 달리 추격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잦다보니 의욕이 감퇴됐다.
무엇보다 2년 연속 개막전 선발 투수로 기대를 모았던 차우찬의 부진이 컸다. 선발진의 기둥 역할을 맡아 줘야 할 차우찬이 흔들리니 팀 전체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기대했던 부분이 컸으니 그렇다.
타선 또한 이승엽, 진갑용, 박석민만 제 몫을 해줬을 뿐. 1번 배영섭과 4번 최형우의 부진은 치명타였다. 지난해 삼성의 1번 중책을 맡으며 사상 첫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 큰 공을 세웠던 배영섭은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홈런, 타점, 장타율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품에 안았던 최형우 또한 기나긴 침묵이 이어졌다. 전훈 캠프 때 열린 연습 경기와 시범경기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의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시즌 개막 이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두 선수 모두 2군 강등이라는 극약 처방을 받기도 했다.
장원삼과 미치 탈보트를 중심으로 선발진이 서서히 안정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8승을 거둔 장원삼은 더스틴 니퍼트(두산), 벤자민 주키치(LG)와 더불어 다승 부문 선두를 달리고 탈보트는 공동 4위(7승)로 선두 그룹을 맹추격 중이다.
선발진이 안정된 뒤 계투진 또한 자연스레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게 됐다. 작년의 위력에 비하면 다소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은 그래도 8개 구단 가운데 허리가 가장 탄탄하다.
공격에서도 강봉규, 박한이, 김상수의 방망이가 달아오르며 한층 강해졌다. 정형식, 손주인 등 백업 세력들도 상승세에 힘을 불어 넣었다.
류 감독은 "이번달 5할 승률+3승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분위기라면 목표 수치를 훨씬 뛰어 넘을 가능성이 짙다. 수은주가 오를수록 강해지는 사자 군단. "매미가 울기 시작하면 다 죽었다"는 구단 관계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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