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아치' 윤석민, 두산의 희망이 되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6.24 21: 23

이미 수 년 전 2군을 초토화했던 유망주다. 2군에서는 3할 타율과 4할대 출루율, 5할대 장타율이 보장된 '2군의 김동주'였으나 장벽이 높았다. 행정 착오까지 이어지며 공익근무로 실전 공백이 있었고 1군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기회를 자주 잡지 못했다. 실력이 없다기보다 운이 없던, 동명이인 KIA 에이스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두산 베어스 9년차 내야수 윤석민(27)이 비로소 기량을 꽃 피우기 시작했다.
윤석민은 24일 대전 한화전에 3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3회 좌중월 투런과 5회 우월 솔로포로 데뷔 첫 연타석포 및 연장 10회 결승 솔로포로 한 경기 3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8-7 연장 승리에 공헌했다. 특히 주포 김동주가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1군 엔트리 말소된 상황에서 윤석민이 활약을 펼쳤다는 점은 팀에 의미가 컸다.
2004년 구리 인창고를 졸업하고 2차 3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윤석민은 2005년 네덜란드 야구 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하는 등 일찌감치 2군에서는 파괴력 있는 타자로 알려졌던 유망주다. 그러나 두산에는 '두목곰' 김동주가 있었고 수비와 주루 면에서 상대적으로 나주환(SK, 공익근무 중), 김재호 등에게 밀렸다. 당시 윤석민에 대해 김경문 전 감독(현 NC 감독)은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꼬집기도 했다.

2006년 김동주의 어깨 부상 결장으로 기회가 가는 듯 했으나 당시 윤석민의 타율은 1할7푼8리에 그쳤다. '제2의 김동주'로 불리던 윤석민 대신 나주환의 3루 출장이 잦았던 이유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자 윤석민은 소리 없이 2008년 3월 공익근무 입대했다. 2007시즌 후 상무 입대를 지원했으나 행정 착오로 인해 입대가 무산되며 실전 공백도 2년 넘게 가진 윤석민이다.
2010년 2군에서 이두환(KIA 신고선수)과 함께 두산 중심 타선을 이끌었던 윤석민. 그러나 1군 등록은 단 한 차례. 그나마도 1경기도 출장하지 못한 채 부산 원정까지 갔다가 하루 만에 짐을 싸서 올라가야 했던 선수다. 지난해 80경기 2할8푼7리 4홈런 19타점을 기록하기는 했으나 김동주, 이원석에게 자리를 내주는 일이 많은 편이었다.
특히 2011년 6월 김경문 전 감독은 "공격력이 좋은 윤석민을 주전 3루수로 출장시키고자 한다"라고 밝혔으나 몇 경기 되지 않아 중도퇴임했다. 김광수 감독대행 시절 윤석민은 수비력이 앞선 이원석에게 밀려 다시 벤치를 덥혀야 했다. 팀 내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확실한 우위점을 보여주지 못해 올 시즌에도 선발 출장 기회가 자주 찾아오지는 않았던 윤석민이다.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인 1루와 3루에서 확실한 수비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윤석민의 약점이자 확실히 주전 카드가 되지 못했던 이유다. 22일 한화전서 4-2 리드를 이끄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고도 23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었고 24일 경기서도 8회 백승룡의 땅볼성 타구를 흘려보내며 6-6 동점 빌미를 제공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윤석민은 전날(23일) 설움을 딛고 이번에는 데뷔 첫 한 경기 3홈런으로 날아올랐다. 주포 김동주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져있는 가운데 보여준 활약. 그리고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김동주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미래까지 생각한 '포스트 김동주'의 필요성. 윤석민은 한화 한대화 감독을 비롯한 타 팀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현장이 인정하는 우타 파워히터 3루수'다.
영웅이 될 수 있던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는 듯 했던 윤석민은 기어이 연장에서 결승포를 때려내는 수훈을 보여줬다. 두산은 팀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재목에게 출장 기회를 박하게 주고 있지 않았는 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farinelli@osen.co.kr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