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과 신재웅, 양승호 감독의 달랐던 교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6.25 12: 40

프로야구 감독들은 경기가 벌어지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다. 감독의 선택에 따라 경기 결과는 180도 바뀔 수 있다. 특히 감독들이 입을 모아 인정하는 것은 투수교체 타이밍이 가장 어렵다는 것이다. 대기록과 팀 승리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5월 17일 LG 트윈스 정재복은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6⅔이닝 무실점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대기록을 이어가던 당시 LG 김기태 감독은 과감하게 정재복을 교체했다. 보통 감독들은 선수 개인기록을 챙겨주고픈 마음에 그냥 두는 경우도 많기에 김 감독의 교체는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롯데 양승호 감독도 순수한 마음으로 감탄했다. 바로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때는 2006년 8월 11일, LG 감독대행을 하고 있던 시기다. 무명의 신재웅이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9회까지 깜짝 노히트노런 행진을 이어갔고 양 감독은 투구수가 적었기에 믿고 맡겼다.

그러다 1사 후 신경현에 결국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그제서야 양 감독이 투수를 바꾸려 하니 당시 차명석 투수코치가 "투수에겐 완봉승도 중요한 기록이다"라고 만류하고 나섰고, 결국 신재웅은 데뷔 첫 완봉을 달성했다. 원래 팔꿈치가 안 좋았던 신재웅은 얼마 뒤 다시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해 인상적인 모습을 재현하지 못했다.
양 감독은 6년 만에 다시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을 마주했다. 24일 잠실 LG전에서 이날 선발 이용훈은 3-0으로 앞선 8회 1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다 최동수에 좌전안타를 허용, 기록이 중단됐고 그 순간 양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갔다. 이용훈을 격려만 하고 양 감독은 마운드에서 내려갔고, 이후 피안타 2개로 1실점을 한 뒤 이용훈은 이닝을 마쳤다.
프로 13년차 이용훈은 통산 완투승이 단 한 차례밖에 없다. 무려 8년 전인 2004년 10월 5일 잠실에서 LG를 상대로 9이닝 5피안타 1실점을 기록한 게 마지막이었다. 8회 퍼펙트가 깨지고, 또 연속안타를 허용해 완봉승도 날아갔지만 완투승까진 욕심낼 만하다. 게다가 9회초 롯데가 대거 4득점을 하며 스코어도 벌어져 승부에도 부담이 없던 상황이다.
그렇지만 양 감독은 6년 전과는 달리 이용훈을 빼고 김수완을 투입했다. 이에 대해 양 감독은 "6년 전 신재웅을 놓고 고민했던 건 아팠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본인이 완봉승이라도 하고 싶다고 했지만 투구수도 생각해야 했기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8회 용훈이가 첫 안타맞고 올라갔을 때 '이렇게 된거 완봉승 해라. 점수 주면 뺀다'고 말해놨었다. 굳이 한 점 줬는데 9회까지 던지게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의 선택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올 시즌 이용훈은 사실상 에이스 역할을 하고있다. 이미 승리가 결정된 경기에서 무리를 할 필요는 없다. 이미 8회를 마쳤을 때 투구수도 101개로 올 시즌 최다기록이었다. 여기에 이번 주 이용훈은 두 번이나 등판했기에 체력 안배도 필요했다.
이용훈 역시 완투승에 대해서는 "전혀 욕심이 없었다. 좋은 투구를 이어간 것에 만족한다. 기록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다. 웃으면서 부산 내려가는 버스를 타서 좋다"라고 말했다. 이용훈은 8년 만의 완투승 대신 원정 9연전을 무사히 마무리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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