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무한걸스’가 지상파 방송인 MBC에 입성한 후 예상보다 큰 역풍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무한걸스’는 지난 17일부터 일요일 오후 5시 20분에 MBC를 통해 전파를 타고 있다. 2007년부터 케이블 방송 MBC 에브리원에서 방송되면서 여성 집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노조의 파업으로 크고 작은 구멍이 생긴 MBC에 편성됐다.
‘무한걸스’는 태생부터 ‘무한도전’의 여성판을 표방했던 탓에 자유롭게 ‘무한도전’의 인기 아이템을 활용했다. KBS 2TV ‘해피선데이’의 코너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이 초창기 ‘무한도전’을 따라했다는 비난을 받은 것과 달리 ‘무한걸스’는 어떻게 보면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대열에 무혈 입성했다.

5년간 조용하지만 강한 행보를 보였던 ‘무한걸스’가 MBC에서 방송되면서 ‘무한도전’의 아이템 차용이 시청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MBC 첫 방송이었던 지난 17일에는 무한상사를 연상하게 하는 무한걸스 출판사를 통해 즉흥 상황극을 펼쳤고 지난 24일에는 빙고 특집을 차용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무한걸스’만의 몸을 사리지 않고 망가지는 모습과 멤버들간의 물고 뜯는 비난은 큰 웃음을 선사했다.
‘무한걸스’ 덕분에 웃었다는 시청자들은 많지만 그만큼 불편해서 채널을 돌렸다거나 왜 ‘무한도전’을 따라하냐고 힐난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현재 ‘무한걸스’ 홈페이지에는 ‘무한도전’ 아이템을 차용한 것에 대한 비난글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더욱이 “프로그램 이름에 무한이라는 말을 넣을 필요가 있었나?”, “왜 ‘무한도전’과 남매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하나”, “왜 대놓고 따라하나”라면서 프로그램의 기본 틀인 ‘무한도전’ 스핀오프 성격마저도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청자들도 눈에 띈다.

제작진과 멤버들은 ‘무한걸스’의 MBC 편성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들이 이어질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지난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맏언니 송은이는 “지상파 방송에 파견근무를 나가는 기분이 있다”면서 “(파업이 끝나고) 모든 것이 정상화된 다음에도 ‘무한걸스’를 시청자들이 사랑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복잡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표출한 바 있다.
제작진 역시 기자간담회 내내 “‘무한도전’ 없으면 ‘무한걸스’는 없다”고 ‘무한걸스’의 MBC 편성으로 심기가 불편해진 ‘무한도전’ 팬들을 달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멤버들과 제작진의 노력은 방송에서도 표출되고 있다. ‘무한도전’을 계속 언급하면서 자체 콘텐츠로서의 무기를 내세우기 보다는 ‘무한도전’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무한걸스’가 ‘무한도전’의 아이템을 차용해 무임승차했다는 지적은 ‘무한도전’을 사랑하고 21주 연속 결방이라는 안타까운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시청자 입장에서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채찍질은 손으로 세기조차 힘든 21주 결방을 초래하고 ‘땜빵 편성’을 강행하고 있는 MBC가 받아야 할 몫이지 ‘무한걸스’는 잘못이 없다.
‘무한걸스’가 아무리 ‘짝퉁 무한도전’이라고 해도 남성 위주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5년간 명맥을 이어온 힘까지 폄훼하기에는 이 여자들이 걸어온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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