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화 야구가 회생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화는 지난주 대전 홈 6연전에서 LG-두산을 상대로 2승1패 2연속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지난 17일 문학 SK전부터 최근 7경기에서 5승2패 가파른 상승세. 혼돈의 순위 다툼에서 홀로 밀려나 4강권에서 멀어지는가 싶었지만 다시 가시권에 들었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회생의 발판은 역시 마운드였다. 지난주 6경기에팀 평균자책점 3.27로 이 부문 3위에 올랐다. 유창식-송창식-김혁민이 차례로 선발승을 거두며 마운드에 힘을 실어줬다. 박정진·안승민·정민혁 그리고 외국인 투수 션 헨이 불펜에서 안정감을 심어주고 있다. 조금씩 퍼즐이 맞아가고 있다.

마운드가 안정되니 경기가 만들어졌다. 선발들이 초반에 밀리지 않으며 주도권 잡는 가운데 불펜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승리를 지키거나 추격할 수 있는 경기를 만들고 있다. 1군에 복귀한 에이스 류현진과 데니 바티스타가 첫 경기에서 부진했지만 이들만 제 자리를 잡는다면 위력이 더해질 수 있다.
타선에도 힘이 붙고 있다. 장성호-김태균-최진행의 클린업 트리오가 번갈아가며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오선진·정범모·이대수가 하위 타선에서 뇌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주 6경기에서 한화의 팀 타율은 2할8푼7리로 전체 1위였다. 기본적인 에버리지 자체가 높아져 득점을 생산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쉽게 물러서지 않는 근성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대전 두산전에서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2점차 열세에도 세이브 1위 투수 스캇 프록터를 상대로 대거 3득점하며 시즌 첫 끝내기 승리를 따내더니 이틀 뒤에는 한 때 5점차까지 뒤지던 경기를 역전하는 저력을 보였다. 비록 재역전패했지만 무기력하게 무너진 모습이 아니었다.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지난주 주장 한상훈을 시작으로 신경현·김태균·최진행에서 시작된 '삭발 열풍'이 그렇다. 공교롭게도 삭발 이후 팀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한대화 감독은 "삭발한다 해서 잘 될 것 같으면 진작에 했을 것이다. 선수들이 그 전부터 열심히 안 한 게 아니다. 전에도 열심히 했고,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다. 시즌 초에 비해 이제 조금씩 팀이 안정세에 접어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머리를 깎고 나니 확실히 달라졌다. 모두 머리를 깎은 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 전까지는 성적이 나지 않으면서 선수들 스스로가 위축되고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머리를 깎은 뒤로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음과 함께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팀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졌고 역동적인 플레이로 나타났다. 웃음 속의 비장미. 삭발이 팀 분위기 반등의 계기가 된 것이다.
133경기 중 64경기. 아직 전체 일정의 48.1%밖에 치르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올해 프로야구는 치고 박고 물리는 사상 최대의 혼전을 벌이고 있다. 6월 25일 기준으로 할 때 최근 5년간 1위·8위의 승차는 평균 18경기, 4위와 8위는 평균 10경기였다. 올해 6월 25일 현재까지 8위 한화와 1위 SK의 승차는 10.0경기이며 공동 4위 두산·넥센과는 7.0경기다. 회생 가능성을 확인한 한화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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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