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숨은 힘' 백승룡, "난 하루살이, 내일은 없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6.25 12: 40

"오늘 하루만 생각한다. 내일은 없다". 
최하위 한화가 6월에 상승세를 타며 반전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6월 20경기에서 9승10패1무로 5할에 근접한 승률. 5연패 이후 최근 7경기에서 5승2패로 살아나고 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8년차 내야수 백승룡(30)이다. 2루수·유격수를 오가는 백업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2번 타순까지 꿰찼다. 한화 상승세의 숨은 힘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백승룡은 올해 27경기에서 45타수 12안타 타율 2할6푼7리 3타점 3도루를 기록 중이다. 볼넷 5개와 몸에 맞는 볼 3개를 더해 출루율은 3할7푼7리. 특히 6월 16경기에서 34타수 10안타 타율 2할9푼4리 2타점 2도루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수비에서도 실책이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안정감을 과시 중이다. 

경남상고 출신으로 지난 2001년 2차 5번 전체 37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백승룡은 경성대를 거쳐 2005년 한화 입단했다. 그러나 부상 등으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오랜 기간을 무명으로 지냈다. 그는 "(김)태균이, (김)경언이랑 동갑이다. (이)대수형이랑도 겨우 한 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가 어린 줄 알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고,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올해도 시작은 좋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다. 남해로 내려가 잔류군에서 훈련해야 했다. 잔류군에서는 추승우·김기남 다음 가는 고참급이었다. 설상가상 옆구리를 다치는 바람에 잔류군에서도 한 달간 훈련을 할 수가 없었다. 경쟁자들은 치고 올라오는데 부상으로 훈련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했다. 부상 회복 후 누구보다 훈련에 매진했다. 
2군에서 기회를 기다리며 준비했고, 5월 중순 1군 기회를 잡았다. 그는 "나도 이제는 나이를 먹고 있다. 어떤 역할이든 해내야 한다. 더 이상 머물러있을 수만은 없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오랜 시간 유격수로 활약했지만 이제는 2루와 내야 전 포지션을 넘나드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한대화 감독이 눈빛이 살아있는 그에게 조금씩 기회를 줬고 백승룡은 기다렸다는듯 기회를 낚아챘다. 6월부터 출장 기회를 더 넓혀나갔다. 
백승룡의 절박함은 찬스에 강한 타격에서 나타난다. 주자 없을 때에는 타율 1할4푼3리에 불과하지만, 주자 있을 때 타율이 4할7푼1리로 훨씬 강해진다. 득점권에서도 14타수 7안타로 타율 5할에 3타점을 올렸다. 볼넷과 몸에 맞는 볼도 각각 2개씩 얻어내 득점권 출루율이 6할1푼1리에 달한다. 찬스에서 연결고리이자 해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오히려 주자가 있을 때 더 적극적으로 되더라. 초구부터라도 과감하게 자신있게 치고 있다"고 했다. 
백승룡은 "경기에 나오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각이 생기고 있다. 이제 조금 뭔지 알 것 같다"며 "나에게는 오늘 하루만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만 생각하고 뛴다. 개인적인 목표도 생각할 수 없다. 내게 내일은 없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만 생각하고 산다"고 절박한 마음을 드러냈다. 내일이 없는 승부. 그야말로 벼랑 끝의 심정으로 야구에 달려들고 있다. 
그런 그가 바라는 게 하나 있다면 어려운 시절 함께 한 1년 선배 외야수 이양기와 함께 1군에서 뛰는것. 이양기는 햄스트링 부상 이후 2군에 있다. 백승룡은 "양기형이랑 2군에서 고생할 때부터 정말 친하게 지냈다. 양기형이 빨리 1군 올라와 함께 뛰고 싶다"고 소망했다. 백승룡의 마음을 알았을까. 한대화 감독은 "이양기가 2군 경기에 나오고 있는데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오른손 대타가 필요하다"며 그의 1군 복귀 계획을 밝혔다. 절친한 선배 이양기의 가세는 절박하게 야구에 매달리는 백승룡에게 또 하나의 활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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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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