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승 4패. 내림세가 확연했다. 선두와 격차는 계속해 벌어졌다. 다급했다. 하지만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은 쫓기지 않았다. 오히려 절제된 계산으로 팀을 이끌었고, 그 계산은 적중했다.
울산이 또 다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그러나 결과는 만족할 만했다. 16라운드까지 1위였던 FC 서울과 지난 24일 원정 경기서 1-1로 비긴 것. 울산은 선제골을 내줬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동점을 만들었다. 비록 역전까지 연결하지는 못했지만 서울과 승부서 멋진 경기력을 선보이며 향후 전망을 밝게 했다.
0-1로 끌려가던 울산이 분위기를 반전시킨 건 후반 들어서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된 마라냥이 곧바로 골로 보답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것. 게다가 후반 21분 이근호가 투입되며 분위기는 울산으로 확연히 돌아섰다.

이근호는 인상적인 돌파와 침투, 그리고 정확한 크로스를 선보이며 울산의 경기 주도를 이끌었다. 이근호의 맹활약에 '좀 더 일찍 투입했으면...'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잘 아꼈다"고 답했다. 이유는 확실했다. 이근호에게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줬기 때문.
현재 울산은 곽태휘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다. 17일 경남전 시작 직전 근육을 다친 것. 몸을 풀다 다쳤지만 혹독한 일정을 소화한 탓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그런 상황에서 이근호마저 컨디션이 좋지 않고, 피로가 누적됨이 확연하자 김 감독은 주축인 이근호에게 휴식을 줄 것을 결정했다.
김 감독은 "한 경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근호는 나간다고, 나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쉬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전에 선발로 출전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조용히 불러서 출전시키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근호 본인도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최근 몇 경기 동안 출전 시간을 안배 받은 것이 피로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이근호는 "대표팀에서 피로도 누적이 많이 되고, 몸에도 이상이 왔었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더 안 좋은 상태가 되기 전에 쉬라고 배려를 해주셨다"고 했다.
김 감독의 배려는 이근호의 컨디션을 좋게 만들었다. 이근호는 "오늘 뛰어 보니 크게 걱정할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즉 지난 몇 경기에서 보여준 절제 덕분에 울산은 이근호의 컨디션 상승이라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근호는 "다음달 1일까지 경기를 마무리하면 쉴 기간이 있고, 그 때 몸을 추스리면 될 것 같다. 현재 팀의 리그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며 다가오는 포항과 전남의 경기서 총력을 다해 울산을 상승세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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