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길 인천 감독대행의 '믿음'이 그토록 피어나지 않던 인천의 '꽃봉오리'를 터뜨렸다.
후반 도중 인천의 설기현이 발목을 접질리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잠시 교체를 고민했다. 하지만 '계속 뛰고 싶다'는 설기현의 의사에 김 대행은 '믿음'으로 화답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23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17라운드 상주 상무와 홈 경기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설기현의 천금 같은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1-0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리그 13경기 만의 값진 승리이자 지난 4월 15일 상주전서 임시 지휘봉을 잡은 김봉길 감독대행 체제 이후 10경기 만에 거둔 귀중한 승리였다. 김 대행의 '믿음'과 그 믿음에 화답한 선수들이 만들어 낸 멋진 합작품이었다.
김 대행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속에 허정무 전 인천 감독이 사퇴하며 인천의 임시 지휘봉을 잡았다. 수장이 바뀌자 경기력은 점차 좋아졌지만 후반 막판 뒷심 부족으로 승리를 올리지 못했다. 그렇게 9경기가 흘러갔다. 선수들이 원망스러울 법했지만 무승의 화살을 선수들에게 돌리지 않았다. 선수들을 질책하지도, 1승에 대한 부담감도 주지 않으며 그 모든 무거운 짐을 자신의 어깨에 오롯이 짊어지고 갔다.
오히려 무승 경기가 한 경기 늘어날 때마다 '개막전이라 생각하고 오늘 다시 한 번 잘해보자'고 선수들을 다독였고, '잘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김 대행의 무한한 '믿음'은 그토록 피어나지 않던 인천의 꽃봉오리를 활짝 터뜨렸다.
"솔직히 마음이 후련하다. 선수들한테 말은 안했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1승을 빨리 하고 싶었는데 선수들에게 내색을 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 정말 힘들었다. 오늘 그 모든 걸 날려보내서 정말 기분이 좋다"며 상주전 승리 소감을 말하는 김 대행의 말과 표정 속에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가늠하게 해줬다.
인천은 오는 27일 홈에서 성남 일화를 상대로 올 시즌 첫 연승에 도전한다. '한 번의 반전만 있으면 충분히 연승할 수 있다'던 김 대행의 말처럼 인천의 비상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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