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수지, 자존심 없는 이 아이 너무 짠하다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12.06.26 07: 34

‘첫사랑의 아이콘’ 수지가 ‘국민 짝사랑’으로 거듭나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짠하게 만들고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무심한 듯 세심한 ‘밀당의 고수’ 서연으로 반짝반짝 빛이 났던 수지가 KBS 2TV 월화드라마 ‘빅’에서는 서윤재(공유 분)에 영혼이 들어간 강경준(신원호 분)을 열광적으로 짝사랑하는 4차원 소녀 장마리가 됐다.
남다른 ‘돌아이’ 기질을 가지고 있는 장마리는 강경준에게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거는 것은 기본, 불쑥불쑥 집에 찾아오거나 스토커를 방불케 하는 정보 수집력(?)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다. 미국에서 혈혈단신 한국에 와 경준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경준의 SNS에 올라온 사진 속 길다란(이민정 분)이 들고 있는 출석부에 적혀진 학교 이름을 단서로 포착한 마리의 놀라운 추리력 덕분이었다.

경준의 일거수일투족을 꿰고 있는 장마리는 서윤재의 몸에 강경준이 들어가게 됐다는 사실도 스스로 밝혀냈다. 서윤재가 한쪽 다리를 올리고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과 음료수를 톡톡 두드려 마시는 사진 등을 본 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강경준의 사진과 대조해 심증을 굳혔고, 경준이 그렇듯 피를 잘 보지 못하는 윤재의 모습을 보고는 본능적으로 경준임을 확신했다.
마리가 경준을 생각하는 마음은 늘 한결같다. 지난 25일 방송에서 마리는 아저씨가 돼버린 경준을 마주하고는 “나도 이 상황이 적응은 잘 안 된다”며 경준의 사진이 담긴 부채를 윤재의 얼굴에 들이민 채 “개구리나 야수로 변한 왕자님은 뽀뽀하면 돌아오는데”라며 기습 뽀뽀까지 감행, 멘탈만 강경준이라면 껍데기(?)는 아저씨여도 좋다는 투철한 짝사랑 정신을 보여줬다.
저돌적인 애정표현도 서슴지 않는 마리지만 경준이 화를 낼 때면 순한 양이 됐다. 기습 뽀뽀를 당한 경준이 “이 몸은 길다란 꺼야. 길다란이 방패막이로 내 옆에 있어주기로 했어. 한 번만 더 그러면 불러도 대답하진 않을 거야”라고 엄포를 놓자, 마리는 “경준아~”라며 기분을 슬쩍 떠보고는 “다신 안 그럴게”라고 이내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대신 강경준은 내거다”라는 귀여운 조건부를 다는 ‘말이 안통하는 장마리’를 경준은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
장마리의 ‘경준앓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날 방송에서 장마리는 두고 간 게 있다며 어김없이 불쑥 경준의 집을 찾았고, 부엌에서 풍기는 맛있는 냄새를 맡고는 경준과 오붓하게 식사를 하고 싶어 했다. 경준과 미국에 살던 시절, 한식당을 운영하시던 경준의 어머니는 마리에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주셨고, 마리는 잠시나마 그때의 행복을 다시 느끼고 싶었던 것.
경준에게도 그다지 큰 부탁은 아니었다. 닭은 이미 조리된 뒤 오븐에 들어가 있던 상태였고 함께 먹기로 했던 길다란은 약속이 생겨 자리를 비운 상황. 하지만 경준은 “다 되려면 한 시간이나 남았다”며 마리를 쫓아내기 바빴고 마리는 “난 다리도 날개도 아니고 모가지만 먹어도 괜찮은데?”라며 자존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저자세 멘트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경준에게 늘 거절을 당해온 마리에게 이런 자그마한(?) 수모들은 그저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마리는 길다란 선생님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지만 차였다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털어놓는 경준의 태도에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장마리는 경준을 향해 “선생님은 널 도와주고, 널 까주고, 참 좋은 사람 같아”라며 활짝 웃어 보이고는 길다란을 찾아가 “선생님이 경준이 방패막이 돼줘서 고맙다. 대신 귀찮지 않게 하겠다”며 의연하게 대처한다.
장마리는 얼핏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맹목적인 짝사랑을 하는 4차원 소녀지만, 수지는 장마리를 ‘수지니까 소화 가능한 캐릭터’로 그려내고 있다.  무심한 듯 툭툭 내뱉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온 국민을 첫사랑 열병에 몰아넣은 ‘국민 첫사랑’부터 사랑의 열병에 시달리는 ‘국민 짝사랑’까지, 극과 극의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는 신인 여배우의 활약이 즐겁다.
nayoun@osen.co.kr
‘빅’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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