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가 버틴다면 다시 올라설 수 있다.
LG가 올 시즌 63경기 만에 4할 승률로 추락했다. 그동안 10번이나 5할 승률 기로에서 버텨왔지만 지난주 한화와 롯데를 상대로 투타와 불펜 운용이 엇박자를 이루며 1승 5패로 무너졌다.
30승 31패 2무. 처음으로 찍는 5할 ‘-1’ 승률.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단에 이만한 적색경보도 없다. 지금 상황에서 연패가 길어지면 끝없는 무기력증에 빠진다. 시즌 중반에 떨어진 승률을 다시 올리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조급해진다. 에이스 투수의 등판 간격은 좁히고 필승조의 등판 횟수는 늘린다. 이게 지난 9년 동안 날씨가 더워짐과 동시에 나타났던 LG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희망이 있다. 바로 마운드다. LG 마운드는 시즌 내내 팀 평균자책점 3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24일 경기까지 팀 평균자책점 3.89로 리그 4위.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기복이 없다. 심지어 최악의 성적을 거둔 지난주에도 팀 평균자책점은 4.18이었다. 한화와 주중 3연전에선 바닥을 찍은 타격 사이클이 문제였고 롯데 주말 3연전은 마무리 투수 봉중근의 블론 세이브와 부상 사고가 고전의 원인이 됐다. 마운드만 버텨준다면 반전 여지는 충분하다.
선발진을 돌아보면 주키치, 리즈, 박현준의 선발 10승 트리오를 보유했었던 지난 시즌의 선발진이 올 시즌보다 강해보일 수 있다. 물론 에이스 투수의 비중이 큰 포스트시즌이라면 10승 투수 세 명의 위력은 막강하다. 그러나 지난해 LG는 이들에게 너무 큰 부담을 짊어지게 했다.
주키치는 작년 7월 5일부터 7월 10일까지 선발로 2번, 불펜에서 1번 등판한 것을 비롯, 12번이나 5일 간격으로 마운드를 밟았다. 결국 주키치는 전반기 평균자책점 보다 약 0.4점이 높은 후반기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박현준 역시 5일 간격 선발등판이 11회로 가장 많았는데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평균자책점이 안 좋았다. 셋 중에는 리즈 한 명만 후반기에 전반기보다 나은 활약을 했다.
올 시즌에는 에이스 트리오의 한 축을 담당했던 박현준이 없지만 보다 효율적으로 선발진을 운용하고 있다. 주키치의 경우 작년과는 달리 6일 간격 등판횟수 7회로 5일 간격 등판횟수보다 3번이 더 많다. 5월부터 선발로 전환한 리즈도 5일 간격 등판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하며 모두 6일 간격이었다. 주키치와 리즈 모두 올해 더 나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원인이자 시즌 후반에도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박현준이 없지만 주키치와 리즈 외에 선발투수들이 지난해보다 강하다. 작년 LG의 4, 5선발을 맡았던 김광삼, 심수창, 김성현 모두 선발투수로서 평균자책점 5점대를 기록한 반면, 올해엔 김광삼이 4.20, 최성훈이 3.24, 이승우가 4.81을 올리고 있다. 상위 선발투수와 하위 선발투수의 격차가 많이 좁혀졌고 선발투수 평균자책점도 지난 시즌 4.15에서 올 시즌 3.99로 나아졌다. 최근 두 번의 선발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46을 찍은 우규민의 호투가 이어진다면 선발진은 더욱 두터워진다.

불펜진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이동현-유원상-봉중근의 필승조를 비롯해 좌완 이상열과 류택현의 원포인트 릴리프, 김선규·김기표의 사이드암 자원까지 양과 질 모두에서 지난 시즌을 압도한다. 지난해 LG는 총 30세이브를 올렸는데 올해는 벌써 21세이브를 달성하고 있다.
물론 변수는 있다. 마무리투수 봉중근이 사고 아닌 사고로 최소 2주 동안 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유원상이 마무리투수로 올라갔다. 불펜 투수들의 연쇄이동, 그리고 우규민의 선발전환으로 불펜진의 깊이가 얕아진 상태다.
봉중근이 돌아오기 전까지 이동현과 유원상이 버티고 퓨처스리그서 평균자책점 2.89 4세이브를 기록 중인 한희가 정상 컨디션으로 1군 엔트리에 합류하는 게 청사진이다. 현재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져있는 이승우, 신재웅, 임정우 등의 불펜 기용도 고려할만하다.
선발진의 신구조화, 깜짝 선발투수, 지난 9년 동안 가져보지 못했던 불펜 필승조 등 올 시즌 LG 선전의 주요 원인은 마운드다. 팀 평균자책점이 시즌 최종 순위와 직결됨을 돌아봤을 때 LG는 어떻게든 지금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해야한다. 그렇다면 당장의 추락은 그저 한 순간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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