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요즘 잘 생겨보여".
한화 한대화 감독은 우완 파이어볼러 김혁민(25)만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어째 요즘 잘 생겨보인다"는 농담을 던진 한 감독은 "올해 김혁민이 정말 좋아졌다. 원래부터 공은 좋았는데 제구가 되니까 위력이 생겼다. 김혁민의 공은 제구만 되면 타자들이 정말 치기 어렵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혁민은 올해 19경기에서 5승4패1홀드 평균자책점 3.67을 기록 중이다. 5승은 류현진(2승)·박찬호(3승)·양훈(3승) 등을 제친 팀 내 최다승이다. 평균자책점도 류현진(3.12) 다음으로 좋다. 4월 한 달 동안 불펜에서 10경기 1승1홀드 평균자책점 0.71로 활약한 그는 5월부터 선발진에 진입했고, 선발 9경기 중 6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했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2.78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일 대전 롯데전에서 데뷔 첫 완투승을 거뒀고, 17일 문학 SK전에서는 6⅓이닝 2실점 역투로 팀의 5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가장 최근이었던 23일 대전 두산전에서도 7이닝 무실점으로 5승째를 거뒀다. 최근 5경기 중 4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김혁민은 "나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다.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같은데 타자들이 알아서 죽어준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김혁민은 맞춰 잡는 빈도가 늘었다. 9이닝당 탈삼진이 7.6개에서 6.9개로 줄었고, 이닝당 투구수도 16.7개에서 15.6개로 감소됐다. 선발등판시 평균 투구이닝은 5.4이닝에서 6.2이닝으로 훨씬 증가했다.
150km가 수시로 나오는 강력한 직구를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김혁민은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이 143.5km로 규정이닝 채운 투수 23명 중 전체 4위에 올라있다. 토종 투수 중에서는 윤석민(144.6km)에 이어 2위. 결정적으로 직구 비율이 아주 높다. 66.5%로 롯데 쉐인 유몬(67.4%) 다음이다. 강속구를 경기 내내 꾸준하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포크볼·슬라이더도 던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빠른 공이 뒷받침되니 더 위력적이다.
직구 비율이 높은 것에 대해 김혁민은 "나도 그 정도로 높은 줄은 몰랐다. 그저 포수의 리드에 따라 던지는 것이다. 포수가 직구를 많이 요구한다"며 "작년보다 타자들이 공을 빨리 쳐서 죽어준다"고 말했다. 이는 곧 직구의 제구가 더 정교해졌다는 뜻이다. 스트라이크-볼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맞춰잡는 데에도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9이닝당 볼넷도 지난해 3.9개에서 올해 3.1개로 떨어졌다.
한대화 감독은 "작년보다 체력도 좋아졌다. 작년에도 5월부터 6월 중순까지 한 달 반 정도는 좋았지만 그 이후에는 좋지 않았다. 러닝훈련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안정돼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11일까지 4승3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74를 기록한 그는 이후 1승10패 평균자책점 6.07로 부진했다. 올해는 두 달 동안 꾸준하다.
김혁민도 꾸준함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지금 그렇게 잘 하는 것도 아니다. 꾸준하게 시즌 끝날 때까지 잘해야 진짜 잘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내 주제에 지금 10승을 도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아직 많이 모자라다"는 말로 만족하지 않았다. 잠재력이 폭발한 그에게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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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