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상반기 드라마의 단골 소재는 '타임슬립'이었다.
'타임슬립(Time-Slip)'은 '시간이 미끄러지다'라는 뜻으로 초자연적인 힘에 이끌려 겪게 되는 시간여행이다. 과학적으로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드라마 애청자들은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통해 각기 다른 시대에서 온 캐릭터 간의 만남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의 참신함과 판타지적 요소에 열광했다. '타임슬립'은 주로 일본이나 미국에서 많이 사용됐던 소재, 특히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몇몇 원작들이 한국에서 리메이크되면서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올해 가장 먼저 전파를 탄 작품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TV조선의 '프로포즈대작전'이다. 유승호-박은빈 주연의 '프로포즈 대작전'은 첫사랑을 되찾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고군분투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멜로드라마.
극 중 유승호는 결혼식을 앞둔 단짝 친구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는 강백호 역을 맡았고, 박은빈은 강백호의 곁에서 늘 힘이 되어주는 첫사랑 함이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으나 종편이라는 한계 탓에 초라한 시청률로 퇴장했다.
이어 3월부터 SBS를 통해 방영된 '옥탑방 왕세자'는 왕세자 이각(박유천)이 사랑하는 세자빈 화용(정유미)을 잃고 3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신하들과 함께 21세기 서울로 날아와 전생에서 못다 한 여인과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의 드라마로 박유천과 정유미를 비롯해 한지민, 이태성, 이민호, 정석원, 최우식 등 젊은 배우들이 총출동하며 피 튀기는 '수목극 대전'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특히 '옥탑방 왕세자'의 박유천-한지민 커플은 '실제로 사귀는 것 아니냐'는 착각이 들 정도로 달달하고 로맨틱한 연인의 모습을 완벽히 소화해 내면서 신드롬 급 열풍을 만들었다. 박유천은 '옥탑방 왕세자'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줬고, 한지민은 사랑스러운 여인의 모습으로 남성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4월부터 약 두 달간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인현왕후의 남자'는 인현왕후의 복위를 위해 시간여행을 하는 조선시대 킹카 선비 김붕도(지현우)와 2012년 드라마 '신 장희빈'에서 인현왕후 역을 맡은 무명 여배우 최희진(유인나)의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 판타지 액션 멜로물로 감각적인 화면과 스토리로 호평을 받았다.
'인현왕후의 남자'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지현우와 유인나는 이 작품을 통해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고, 이미 좋은 감정을 갖고 연기에 임했던 두 사람은 드라마에서도 완벽한 커플 연기로 시청자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MBC 주말특별기획 '닥터진'의 소재 또한 '타임슬립'. 10년간 연재된 일본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닥터진'은 최고의 외과의사(송승헌)가 시공간을 초월해 1860년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의사로서 고군분투하게 되는 내용을 담은 판타지 메디컬 드라마다.
현재 방영 중인 '닥터진'의 라인업 또한 화려하다. 송승헌, 이범수, 박민영, 김재중 등의 배우들이 극 중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 회가 거듭될수록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총 네 작품이 '타임슬립'을 소재로 담았고,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했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적 요소가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했고, 이는 결국 통했다.
올 하반기에도 '타임슬립' 드라마는 계속된다. 8월 방송 예정인 SBS '신의'는 고려시대 무사 최영(이민호)과 현대의 여의사 은수(김희선)가 만나 천하의 백성을 치유하는 진정한 왕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그리게 되는 판타지 멜로드라마로 톱배우 김희선의 6년 만의 안방 복귀작으로 일찍부터 이슈가 됐으며 '모래시계', '태왕사신기' 등을 만든 명콤비 송지나 작가와 김종학 감독의 의기투합으로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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