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한국영화는 3편이나 4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 세 작품은 소위 흥행 공식이나 요건으로 불리는 기존의 생각을 뒤엎고 사람들을 놀라게 한 작품들이란 점에서 의미있다.
올 상반기 400만 고지를 넘은 한국영화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 '내 아내의 모든 것'과 '건축학개론' 등 세 편. '범죄와의 전쟁'은 468만여명(영진위 공식집계), '내 아내의 모든 것'은 417만여명, '건축학개론'은 410만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범죄와의 전쟁'은 통상 극장가 비수기라 불리는 2월을 뜨겁게 달군 '이변의 작품'이 됐다. 여기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133분의 긴 러닝타임 등 불리한 여건을 갖췄지만, 생동감 있는 캐릭터와 배우들의 호연, 한국형 느와르 장르물의 참신함 등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최민식, 하정우 두 주연 배우의 앙상블과 함께 조진웅, 마동석, 곽도원, 김성균 등의 배우들도 강한 흡인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식상하고 때로는 불쾌감을 조성할 수 있는 조폭이야기의 새로운 창작은 선 굵은 남자 영화에 또 한번 불을 지폈다.
'내 아내의 모든 것'과 '건축학개론'은 반대로 로맨스 장르임에도 단순한 여성 장르물에서 탈피해 성공을 거뒀다. 무엇을 이야기하느냐보다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의 중요성을 보여준 영화들이로서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특별하지 않은 소재를 특별한 감성으로 담아내 여성들 뿐 아니라 남성관객들의 발길도 극장으로 끌어모았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부부의 사랑'이라는 소재에 독설녀, 카사노바 등 리얼과 판타지가 섞인 독특한 캐릭터들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이라는 소재에 90년대 문화에 대한 향수를 녹여내며 한국 멜로 영화 사상 최초로 400만 관객 돌파라는 신기록을 달성,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멜로나 로맨틱코미디는 한국영화계에서 흥행에 한계가 있다고 여겨졌지만,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오히려 장점이 됐다. 특히 '건축학개론'은 복고 트렌드와 맞물려 20대 젊은 관객층은 물론 50대까지 남녀노소 모두에게 호평을 이끌어내며 관객의 확장을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또 '범죄와의 전쟁'의 손익분기점은 220만, '내 아내와 모든 것'과 '건축학개론'의 손익분기점은 150만여명으로 덩치 큰 대작이 아닌 중소기업 정도의 규모로 소위 '대박'을 이끌어냈다는 것도 한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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