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글을 쓴다? 최근 유준상, 김여진, 이효리 등 많은 스타들이 자서전 형식의 책을 출간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들은 화려한 조명 아래서 살아가는 연예인으로서의 삶과 진한 화장을 지우고 무대에서 내려온 후의 평범한 일상을 정리한 이야기로 인기를 모으며 서점가의 한편을 차지했다.
배우 이상훈은 첫 번째 에세이 집 ‘이별할 때 키스하기’로 작가라는 호칭을 얻은데 이어 소설 ‘봉구 삼촌’을 발표하며 자리 굳히기에 나섰다. ‘봉구삼촌’은 출간 직전, 작품성을 인정 받으며 영화사 초록별과 사전 판권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봉구 삼촌’은 이상훈의 첫 번째 소설이자 필명, 돈테가 아닌 본명으로 발표한 첫 번째 서적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바보가 된 삼촌 봉구를 창피해 하는 조카 은서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로 은서는 자신의 등하교는 물론 밥 때를 목숨처럼 챙기는 삼촌을 남처럼 대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진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조카 위한 소설, 씨엔블루 보고있나?”
‘봉구삼촌’을 보면 친숙한 이름들이 여럿 나온다. 주인공 은서가 좋아하는 씨엔블루가 그렇고 은서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만난 방송인 김한석이 그렇다. 그리고 은서의 롤모델 정유미도 낯설지 않다.
“정유미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예상하시는 대로 입니다.(웃음) 드라마 ‘천일의 약속’을 보고 사심으로 넣은 이름이죠. 사실 처음에는 한수지라는 이름으로 구상했는데 ‘천일의 약속’을 보고 오빠 바보 캐릭터에 ‘포옥’ 빠졌어요. 하하. 제가 배우여서 그런지 드라마에 잘 안 빠지는데 어떤 배우, 작품 안에 한 캐릭터에 빠져본 건 처음이었죠. 사극 ‘이산’을 할 때부터 눈 여겨 봤었는데 참 괜찮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개인적인 호감은 정유미를 넘어 십대들이 열광하는 밴드 씨엔블루에까지 번졌다. 씨엔블루 오빠들을 보기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서울 행도 감수하고자 하는 주인공 은서는 이상훈이 자신의 조카를 보면서 받은 영감을 캐릭터화 해 탄생시켰다.
“은서가 씨엔블루의 열성팬인 것으로 나오는데 은서는 제 조카를 본뜬 캐릭터입니다. 제 조카가 씨엔블루 팬이거든요. ‘봉구 삼촌’을 씨엔블루 친구들이 봤을지 모르겠네요.(웃음) 중간에 김한석이라는 이름도 등장하는데 실제 방송인 김한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만든 인물이에요. 예전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면서 글을 쓴다고 하니까 나중에 시나리오 만들면 자기 역도 하나 있는 거냐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하더라고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김한석이라는 카메오를 넣었죠. 영화가 곧 제작될 예정이니 약속은 확실히 지킨 셈이겠죠?”

“그래도 나는 배우다.”
책의 주인공인 은서는 밝고 명랑하게 그려지지만 이면에는 부모의 부재라는 상처를 안고 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비행청소년으로 자란다든가 잘못된 길로 빠질 것이라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반기를 들기 위해 이상훈이 고안한 설정이다. “범죄자로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부모가 없거나 어렸을 때 이혼한 부모를 둔 경우가 있지만 저는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분명히 희망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은서는 강한 친구예요. 현실에 대해서 단순히 불행하다고 좌절하는 아이가 아니죠. 분명한 메시지가 되리라고 생각해요. ‘봉구 삼촌’은 저의 자전적인 이야기이자 저의 할머니에게 바치는 책이기도 해요. 저도 어렸을 때 열병을 앓아서 1년 동안 말을 못했거든요. 굿도 해보고 다 해봤는데 소용이 없었죠. 울다 지쳐서 사람이 눈물도 안 나오는 시점이 있는데 딱 제 상태가 그랬어요. 언어는 머릿속에 있었는데 그게 소리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다행히 극적으로 어느 날 말문이 트였죠.”
자신의 과거를 조금씩 녹여내 봉구 삼촌을 만들어냈고 조카의 모습을 보여 은서를 만들었다. 자신의 분신과 같은 ‘봉구 삼촌’의 완성은 이상훈, 자신에게도 특별한 선물이 됐다.

이상훈은 항상 바쁘다. 연기와 집필은 기계처럼 원하는 날짜에 정해진 분량을 찍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는 매일 최선을 다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 ‘봉구 삼촌’을 쓰면서 동시에 올 초 방영된 KBS 2TV 드라마스페셜 ‘아모레미오’ 등에 출연했으며 지난 3년 간 준비한 역사 소설 ‘독도(獨刀)’의 출간, 영화 ‘차이나 블루’와 ‘바보들의 행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저는 어디까지나 배우입니다. 글을 쓰는 것도 연기를 좀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서 시작하게 된 일이거든요. 캐릭터를 만들고 그 안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면서 자연스럽게 어떤 식으로 연기를 하고 독자 또는 시청자들에게 비쳐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분명 글을 쓰는 일이 저에게 무척 중요한 일임에 틀림 없지만 그보다 확실한 것은 우선 순위는 연기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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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북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