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먼진'과 '류현진 도플갱어'의 선발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26일 사직 롯데-한화전. 승자는 '류먼진'이었다.
롯데는 26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와의 시즌 9차전에서 선발 쉐인 유먼(33)의 6⅔이닝 3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3-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유먼은 자신의 한 경기 최다탈삼진 타이기록을 세우면서 시즌 6승(2패)째를 거두고 평균자책점을 2.25까지 끌어 내렸다. 반면 한화는 선발 좌완 유창식(20)이 5⅓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했으나 롯데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하며 패했다.
호투를 이어간 유먼의 투구 레퍼토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좌완 투수 류현진과 매우 비슷하다. 빠른 직구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간 뒤 우타자에겐 서클 체인지업을, 좌타자에겐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던진다. 만약 타자가 유인구에 속지 않는다면 직구를 몸 쪽으로 붙인다. 올 시즌 유먼을 처음 상대하는 한화 타자들은 이러한 투구 패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마치 자팀 에이스를 타석에서 상대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1회 우타자 백승룡을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서클 체인지업으로 잡아내며 유먼의 삼진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주자를 출루시켰던 2회와 3회에는 아웃카운트 6개를 모두 삼진으로 빼앗는 괴력투를 선보였다. 2회 첫 타자 최진행에 2루타를 허용한 유먼은 이대수와 오선진을 몸쪽 빠른 직구로 루킹삼진 처리했다. 다시 고동진을 볼넷으로 내보낸 2사 1,2루에선 정범모를 서클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했다.
유먼은 3회 첫 타자 김경언을 우전안타로 내보낸 뒤 다시 삼진쇼를 시작했다. 좌타자 양성우에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 처리한 유먼은 우타자인 백승룡과 이양기는 모두 서클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았다. 4회 다시 이대수와 고동진을 삼진 처리하며 유먼은 실점 위기를 넘겼다. 이날 경기 유먼의 최대 위기는 5회였다. 갑자기 제구가 흔들려 정범모를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1사 후 양성우도 볼넷으로 내보냈다. 여기서 유먼은 재빠른 견제로 2루 주자 정범모를 런다운 상황에 몰아 넣었고, 직접 태그를 했다. 그리고 타석에 선 백승룡을 삼진 처리, 기어이 5회까지 10개의 탈삼진을 채웠다.

이에 맞선 한화 유창식(20)은 '류현진 아바타'로 불린다. 올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의 투구폼을 자신에게 이식했다. 유창식은 올 시즌을 앞두고 "현진이형 투구폼을 따라해본 것"이라며 "캠프 때부터 함께 하며 현진이형 투구폼을 따라하게 됐다, 키킹 동작 때문에 비슷하게 보이지만 아직 많이 비슷한 것 아닌 듯하다"고 밝힌 바 있다. 류현진의 투구폼은 물흐르듯 부드럽고 무리가 가지 않는 교과서적인 폼이다. 고교 시절부터 "현진이형을 닮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유창식에게 류현진은 교본과 다름없다.
와인드업 후 키킹 동작에서 한 템포 죽이는 움직임이 류현진과 흡사한 유창식 역시 호투를 펼쳤다. 5⅓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다 했다. 다만 타선지원이 아쉬웠을 뿐이다. 유창식의 투구수는 80개, 직구 최고구속은 147km까지 찍었다. 직구와 슬라이더 비중을 비슷하게 가져가며 범타를 유도하는 피칭을 했다. 커브와 투심 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잡았고 최근 쓰기 시작한 포크볼로 두 타자를 삼진 처리했다.
류현진 닮은 꼴 두 선수의 맞대결은 유먼의 승리로 끝났다. 올 시즌 지독한 불운에 울고 있는 류현진은 벤치에서 두 선수의 맞대결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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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