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 뮤탈리스크가 겨우 4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제동이형이랑 할 때도 그렇고,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20분 넘게 치열하게 공방전을 벌인 상황이 아무런 결말 없이 헛심만 쓴 꼴이 되고, 다시 한 번 판정의 악몽이 현실이 되자 '최종병기' 이영호(20, KT)는 타 들어가는 마음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수준 이하의 심판 판정에 분노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허탈한 마음에 온 몸에 힘이 쏙 빠지는 표정이었다.
이영호는 26일 서울 용산 온게임넷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열린 '티빙 스타리그 2012' 이영한과 8강 2세트서 초반 저글링 러시에 이어 뮤탈리스크 압박을 버텨낸 후 전세를 역전했다. 하지만 유리한 상황에서 이영한의 'PP'요청 이후 속개 판정을 받았지만 이후 심판의 실수로 인해 무승부 판정을 당하며 재경기로 경기를 치르는 상황이 됐다.

이영호는 다 잡은 경기를 놓친 뒤 곧바로 아쉬움과 분노를 폭발했다. "상대 뮤탈리스크가 4마리 만 남은 상황이었다. 내 실수도 아니고 심판의 실수로 세이브가 되지 않아 경기가 속개되지 않은 상황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며 판정에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다.
대기실에서도 KT 김윤환 코치가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다가 퇴장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얼마전 바뀐 규정에 따라 경기시간 지연에 해당된다는 판정을 받으며 김윤환 코치는 경기장 밖으로 밀려나는 퇴장 1호가 됐다. 김 코치는 경기장 밖으로 나아갈 수 밖는 없는 상황에서도 심판 판장에 거듭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무조건 끝나는 상황이다.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우세승을 주는게 맞지 않는가. 왜 손해를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형진 심판 판정에 팬들도 "어떻게 책임을 질거냐"며 판정 때문에 손해를 보는 입장이 되는 이영호를 위로할 정도였다.

이영한을 쫓아온 삼성전자 스태프도 "심판 판정에 의해 (이)영한이도 덩달아 피해를 보게됐다. 세팅을 바로잡고자 했던게 본의 아니게 상대 선수에게 피해를 주는 격이 됐다. 우리 선수도 위축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우회적으로 이영호의 우세승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한편 재경기로 치러진 2세트서 이영호는 이영한의 올인 러시를 막아내며 승리, 8강전서 2-0으로 점수 차이를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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