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타선, 이대호와 여덟난쟁이 재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6.27 16: 49

이대호와 여덟난쟁이인가. 
어느덧 공격야구 대명사가 된 한국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이대호와 여덟난쟁이'로 불린 시절도 있었다. 지금의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가 처한 현실이 딱 그렇다. 4번타자 이대호(30) 외에는 믿을 만한 타자가 없다. 공격 흐름이 뚝뚝 끊기며 최악의 득점력 빈곤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오로지 이대호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난 26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원정경기는 오릭스 팀 타선이 얼마나 답답한지 보여준 한판이었다. 이날 오릭스는 외국인 선발 알프레도 피가로가 7⅔이닝 6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연장 10회 접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안타와 7개와 볼넷 2개로 9번 출루했지만 끝내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이대호는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분전했다. 1회 2사 2루에서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다음 3타석에서는 한 번도 주자가 없었다. 1회 볼넷을 얻어낼 때 소프트뱅크 선발 이와사키와 쇼는 철저하게 이대호를 견제했다. 볼넷을 주더라도 견제부터 확실하게 하겠다는 심산이었고, 볼넷 후 후속 타자 T-오카다가 투수 앞 땅볼로 아웃돼 의도한 대로 이뤄졌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답답한 나머지 7회 무사 1루에서 포수 이토 히카루에게 스리번트를 지시해 힘겹게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갖다 놓았다. 그러나 계속된 1사 2·3루에서 바비 스케일스와 기타가와 히로토시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 또 찬스가 물거품됐다. 8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나온 이대호는 큰 것 한 방을 의식했는지 1~2구부터 바깥쪽 공에 크게 헛치더니 결국 5구 바깥쪽 높은 공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대호는 65경기에서 타율 2할9푼3리 11홈런 41타점으로 분전하고 있다. 퍼시픽리그에서 타율 7위, 홈런·타점 2위이며 출루율(0.393)·장타율(0.496)도 각각 2위·4위에 랭크돼 있다. 득점권 타율도 3할3푼3리로 퍼시픽리그 5위. 이 모두 오릭스 팀내 1위로 이대호 앞에서 찬스를 마련하거나 중심타선에서 뒷받침해줄 만한 타자들이 안 보인다. 한국에서 한 번도 볼넷 5위 이내로 든 적이 없던 이대호가 지금 퍼시픽리그 볼넷 2위(36개)에 올라있는 것도 그냥 우연이 아니다. 
오릭스는 팀 타율 2할3푼3리로 퍼시픽리그 최하위다. 65경기에서 187득점으로 경기당 평균 득점이 2.88점. 3득점도 되지 않는 퍼시픽리그 유일의 팀이다. 팀 홈런은 26개로 라쿠텐(19개) 다음으로 적고, 팀 도루마저 24개로 퍼시픽리그 최하위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로는 아롬 발디리스(0.268·6홈런) 고토 미쓰타카(0.252·2홈런) 오비키 게이지(0.216·0.307)가 있는데 이들의 타율과 홈런 그리고 출루율은 중심타자 및 테이블세터로는 평균 이하다. 
왼쪽 허벅지 근육 파열에서 돌아온 T-오카다가 26일 소프트뱅크전에서 5번타자로 나와 4타수 1안타를 쳤지만 더 지켜봐야 한다. 이대호로서는 외로운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집중견제와 장타에 대한 부담으로 자칫 타격 밸런스가 무너질 리스크까지 안고 있다. 하지만 과거 롯데 시절 이와 같은 경험을 해봤다는 게 이대호에게는 불행 중 다행이다. 롯데에서 강하게 큰 이대호는 지금의 힘겨운 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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