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류현진, 야수들의 미안함을 덜어주는 투수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6.27 10: 40

"괜찮아, 괜찮아". 
지난 26일 잠실 LG-KIA전. 4회말 LG 공격에서 KIA 유격수 윤완주가 김태군의 평범한 땅볼에 1루수 키 넘기는 악송구를 범하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자 마운드의 투수 서재응(35)은 윤완주를 향해 "괜찮아, 괜찮아"라며 박수 치고 격려한 뒤 양 손바닥을 위로 올려세우며 '고개 숙이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계속된 2사 1·3루 박용택 타석에서도 포수 김상훈이 파울 플라이를 놓치는 실책을 범했지만 서재응은 오히려 웃음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서재응은 보란듯 박용택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며 실책에도 실점 없이 막았다. 5회에도 서재응은 2사 1·2루에서 1루수 조영훈이 무난한 땅볼 타구를 떨어뜨리는 실책을 저질러 만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서재응은 조영훈을 향해 '괜찮다'는 손짓을 했고, 후속 타자 윤요섭의 잘 맞은 타구를 우익수 이준호가 슬라이딩 캐치로 건져내며 위기를 넘겼다. 서재응은 승리투수가 됐고, KIA는 3연승을 달렸다. 팀워크가 끈끈해졌음은당연하다. 

서재응은 이날 경기까지 마운드에 있는 동안 수비 실책이 8차례나 있었다. 하지만 그 중 실점으로 연결된 건 2차례밖에 되지 않았다. 실책 후 실점 확률 25.0%. 실책을 저지른 야수들이 데미지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서재응은 수비수들을 향한 격려 뿐만 아니라 실점 연결을 막음으로써 실책으로 주눅들 수 있는 야수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가장 돋보이는 투수는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5)이다. 류현진은 올해 마운드에 있는 동안 수비 실책이 6차례 나왔다. 그 중에서 실점으로 이어진 실책은 한 번이 유일했다. 실책 후 실점 확률이 16.7%. 실책 5개 이상 나온 투수 중에서 가장 낮은 실점 확률이다. 야수들의 실책에도 특유의 포커페이스로 평정심을 잃지 않고 보듬어주는 에이스의 덕목을 확실히 갖추고 있다. 
지난 2010년 유격수 김상수의 실책에 "상수야, 괜찮아"라는 격려로 주목받았던 삼성 배영수도 올해 실책 6개 중에서 실점으로 이어진 게 3개 뿐이다. 두산의 새로운 토종 에이스로 떠오른 이용찬도 실책 6개 중 3개만이 실점으로 연결됐다. 나란히 실책 후 실점 확률이 50.0%로 준수한 편. 
반대로 실책 이후 급격하게 흔들리는 투수들이 더 많다. 실책이 나오면 주자가 차고, 맥이 빠지게 된다. 실점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화 스윙맨 마일영은 7개의 실책 후 모두 실점을 허용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LG 최성훈도 실책 5개에 모두 실점했으며 KIA 앤서니 르루도 실책 5개 중 4개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롯데 송승준도 실책 10개 중 7개가 실점이 됐다. 
한편 리그 전체를 통틀어 실책을 가장 많이 겪은 투수는 넥센 브랜든 나이트였다. 나이트가 마운드에 있는 92⅔이닝 동안 넥센 수비는 총 11개의 실책을 범했다. 그 중 7차례가 실점으로 이어져 실책 후 실점 확률 63.6%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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