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톱과 제로톱이 붙었다.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가 2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K리그 18라운드를 갖는다. 울산은 최근 2경기서 1무 1패로 주춤하며 리그 5위에 머물러 있고, 한때 부진에 빠졌던 포항은 최근 2승 1무로 반등하며 7위까지 올라섰다.
양 팀에 이번 경기는 매우 중요하다. 상위권으로 진입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울산(28점)은 선두 전북 현대와 승점차가 8이고 포항(25점)은 울산을 승점 3 차로 추격하고 있다. 반드시 승점을 추가해야 하는 상황. 그만큼 총력을 가할 것이 분명하다.

양 팀의 화두는 공격이다. 수비는 두 팀 모두 안정되어 있다. 울산은 17경기서 17실점을 하며 지난 시즌에 이어 탄탄한 수비를 선보이고 있고, 포항도 17경기 16실점으로 준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공격에서는 울산은 23득점, 포항은 17득점으로 무난하거나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요한 경기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 승점 1점에 만족한다고 하지만 위안일 뿐이다. 결국 승리를 따낼 수 있도록 공격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양 팀이 꺼내든 카드가 전혀 다르다.
울산은 확실한 원톱이 있다. 196cm의 장신을 자랑하는 김신욱이 그 주인공.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제공권 장악에 자신이 없던 김신욱이지만 1년 사이 공중에서 그의 존재감은 남달라졌다. 그 어떤 수비수와 다툼에서도 대부분 공을 따내며 빛을 발하고 있다.
엄청난 제공권 장악 능력뿐만 아니라 수준급의 발재간을 갖춘 김신욱은 이번 시즌 리그와 컵대회, 챔피언스리그 등을 포함해 7골을 넣으며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덕분에 공격에서의 파트너 이근호도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비며 제 실력을 뽐내고 있다.
반면 포항은 톱이 없다. 당초 지쿠를 원톱으로 기용했던 포항은 지쿠가 부상을 당하면서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빼버린 것. 기본적으로 4-3-3(혹은 4-1-4-1) 포메이션을 구성했지만 원톱 자리에 황진성과 같은 중원 미드필더를 투입하면서 사실상 톱을 없애 버렸다. 이른바 제로톱 시스템.
단순히 스페인의 제로톱을 모방한 것 같지만 효과는 있었다. 지난 17일 제로톱을 처음으로 선보인 포항은 당시 1위 FC 서울을 1-0으로 제압했고, 20일 광주와 FA컵 16강전에서도 승전보를 알렸다. 기세가 오른 이번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를 원정에서 1-0으로 물리쳤다. 완벽한 상승세다.
물론 포항이 울산전에는 제로톱을 가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쿠의 복귀 시점이 다가왔기 때문. 하지만 상승세를 안겨준 제로톱을 버리기도 쉽지 않다. 지쿠가 본래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아닌 미드필더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지쿠를 기용하면서도 제로톱 시스템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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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황진성(포항 스틸러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