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신예투수 임찬규(20)의 혹독한 2년차 징크스가 이어지고 있다.
임찬규는 지난 23일 1군 엔트리 합류 후 마운드를 밟은 2경기에서 3⅓이닝 동안 안타 8개를 맞으며 4실점했다. 16일 퓨처스리그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 1군 콜업 판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지난 시즌과 같은 모습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개막 이전 LG의 차세대 선발감으로 기대 받았던 것을 돌아보면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시즌 초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했지만 구위저하와 완급조절 실패에 따른 부진으로 5월 6일 2군으로 내려갔다. 작년 140km 후반대까지 형성했던 직구 스피드가 130km대 후반에 그쳤고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변화구 패턴도 상대 타선에 쉽게 읽혔다. 4번의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6.86·피안타율 4할2푼7리로 고전했다.

5월 17일 셋업맨 유원상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군 컴백, 지난해와 같은 불펜투수로 부활을 노렸지만 한 번 떨어진 구위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구원 등판시에도 평균자책점 7.36 ·피안타율 3할7푼, 부진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지난 시즌 장점으로 작용했던 타자들과의 정면승부가 구위 저하와 함께 오히려 단점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지금의 임찬규에겐 추격조 이상의 역할은 맡길 수 없는 상황이다. 불펜에서 지난 시즌 만큼의 모습만 보여줘도 팀에 큰 힘이 되겠지만 잃어버린 구위를 되찾지 않는 한 다른 방법이 없다.
임찬규 스스로도 구위 향상을 위해 투구폼을 수정하면서 애를 썼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임찬규의 투구폼 수정에 대해 차명석 투수 코치는 “본인이 구속을 올리기 위해 투구폼을 수정한 거 같은 데 시즌 중 투구폼을 수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성급한 변화가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지난 시즌 임찬규는 신인 투수 중 가장 돋보였다. 잦은 등판과 시즌 후반 선발 전환으로 평균자책점이 급상승했지만 5월까지 평균자책점 1점대·피안타율 1할대를 유지하며 철벽 불펜으로 자리했었다. 당시만 해도 임찬규가 구위에서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단지 프로 수준에 맞는 체력을 갖추지 못한 게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다.
때문에 겨울 내내 체력 보강에 힘썼고 선발투수 준비를 위해 체인지업을 연마하는 등 부지런히 올 시즌을 준비했지만 구위저하 앞에서 모든 게 무너지고 있다. 차 코치는 “지금 부진하지만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었고 지난해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었기 때문에 다시 일어설 것이다. 지금의 성장통이 분명 나중에 더 높이 도약하는데 쓴 약으로 작용할 것으로 믿는다”고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LG는 2000년대 중반 드래프트부터 무너진 마운드를 일으키기 위해 부단히 투수를 모았다. 2004년 장진용부터 시작해서 김기표, 이형종, 신정락, 임찬규 등을 첫 번째로 지명, 빼어난 구위를 지닌 투수들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큰 성공을 거둔 케이스는 아직 없다. 임찬규의 2년차 징크스가 드래프트 잔혹사와 맞물릴지, 아니면 징크스 극복과 함께 드래프트 잔혹사의 마침표를 찍게 될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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