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라이벌은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자신감 넘치는 양학선의 '라이벌 선언'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게감 있게 들려왔다. 런던올림픽 개막을 30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양학선(20, IB스포츠)은 수줍은 목소리로 당당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한체육회는 27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2012 런던올림픽 D-30 국가대표 임원·선수 기자회견'을 갖고 올림픽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이기흥 선수단장과 박종길 선수촌장을 비롯, 11개 종목 41명의 선수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는 유례 없이 뜨거운 취재 열기를 자랑했다.

회견장을 꽉 채운 취재진의 관심과 열기에 양학선은 "이전까지 부담을 못 느끼고 있었는데 디데이가 다가오고 기자분들도 많이 오고 하니 부담이 되는 것 같다"며 당혹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남자 체조 도마 부문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 1순위로 손꼽히는 양학선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뜨거웠다. 조성동 체조팀 감독 역시 "본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도록 무대를 설치해서 실제 경기와 같은 분위기로 훈련 중인데 최근 양학선이 4번 시도해서 4번 다 소화해 낼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제자의 성취도를 높게 평가했다.
1984년 LA올림픽 첫 출전 이후 노메달에 머무르고 있는 남자 체조의 숙원을 풀어줄 주인공으로 떠오른 양학선의 비장의 카드는 '양1'. 한국 남자 체조의 전설인 여홍철(현 경희대 부교수)이 만들어낸 '여2'에서 더 진화한 이 기술은 핸드스프링 후 앞으로 한 바퀴를 도는 동작에서 옆으로 3바퀴를 비틀어 도는 고난이도 기술이다.
양학선은 바로 이 '양1'을 무기로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금빛 숙원을 풀겠다는 각오다. "체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과정이다. 잘 될 때 보고 이 정도만 하면 무난하게 메달 색깔을 바꿀 수 있겠구나 싶었다"는 양학선은 라이벌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자기 자신을 꼽았다.
"지난 해 세계선수권대회 때까지만 해도 토마스 보하일(프랑스, 2010 세계체조선수권대회 도마 1위)이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선수가 다쳤다는 말도 있고, 어차피 스타트 면에서는 내가 이기니까"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양학선은 "일단 내 자신과의 싸움이다, 내 라이벌은 나 자신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며 런던을 위해 자기 자신을 넘어서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한국 남자 체조의 신성으로 등장한 양학선이 과연 28년 동안 타는 목마름으로 이어져왔던 금메달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까. 30일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만큼이나 양학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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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