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개 '연가시', 재난 영화인데 좀비가 생각나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6.27 17: 27

영화 '연가시'(박정우 감독)가 살인기생충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한국형 재난 영화에 담아냈다. 전염병은 아니지만 집단 감염에 이성을 잃고 '떼'를 지어 움직이는 사람들은 좀비물을 연상케도 한다.
김명민, 문정희, 김동완, 이하늬 주연 영화 '연가시'는 27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첫 공개됐다. '연가시'는 2012년 여름 성수기 기대작 중 한 편으로 약 3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다.
 

영화는 치사율 100% 변종 연가시 출연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죽어나가는 긴급 재난 상황에 닥친 한국을 배경으로 가운데 담염된 아내와 자식들을 지키려고 하는 가장의 고군분투를 담아냈다.
하지만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연가시다. 연가시에 감염된 사람들의 모습을 '진짜'처럼 담은 홍보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영화 주인공 누구보다도 사람들을 위협하는 기생충 연가시 자체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낼 만 하다. 
연가시는 곤충의 몸을 숙주로 삼는 가느다란 철사 모양의 유선형 동물로 물을 통해 곤충의 몸 속에 침투했다가 산란기가 시작되면 숙주의 뇌를 조종해 물 속에 뛰어들어 자살하게 만든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은 곤충이 아닌 사람의 몸을 조종하는 변종 연가시. 흡사 지렁이 같은 꾸물꾸물거리는 외형과 사람의 몸 속에서 튀어나온 모습이 괴기스럽다.
 
연가시가 실제로 사람에게 감염이 될 가능성이 있냐 없냐는 중요하지 않다. 영화는 '충분히 가능하다'란 전제를 깔고 들어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전직 화학과 교수, 강인한 모성의 엄마, 직업정신이 투철하지 못한 형사, 정의로운 연구원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제시한다.
 
재난과 함께 동반되는 캐릭터의 변화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사는게 팍팍해 가족들에게 짜증을 부리던 주인공 재혁은 재난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족을 구하겠다는 목표로 끝까지 달려나간다. 형의 가정을 곤경에 빠뜨렸던 밉상 강력판 형사 재필 김동완은 가족시간이 갈수록 사건의 키를 푸는 중요한 인물이 된다.
한국 최초의 감염 재난 영화이지만, 영화 곳곳의 장면은 수없이 패러디돼 온 좀비영화를 연상시킨다. 떼지어 몰려드는 감염자들의 외모와 위협적이면서도 코믹한 행동거지는 호러영화의 핫장르 좀비무비와 겹쳐 묘한 한국형 재난영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7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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