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가르기 없는 단합 드라마, ‘악역 없이도 OK’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2.06.27 17: 15

드라마에서 분란을 만들고 극의 긴장도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악역을 활용하는 것이다. 얄미우면 얄미운 대로 황당하면 황당한 대로 악역은 그 자체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하지만 악역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시청자들에게 선물하는 드라마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 MBC 수목드라마 ‘아이두 아이두’, tvN 수목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는 선악의 대립 없이도 깨알 같은 대사와 리얼한 상황 묘사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와 동시간대에 방영되며 국민 예능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신사의 품격’은 장동건, 김수로, 이종혁, 김민종가 주연으로 나섰다. 40대 남성들이 그리는 ‘섹스 앤더 시티’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사의 품격’. 이 드라마는 영화 속 주인공 같은 비주얼의 네 남자가 주고 받는, 빈틈 많고 허점 많은 대사들과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김은숙 작가 특유의 상황 설정으로 전국에 수많은 폐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장동건이 자주 쓰는 “~하는 걸로”는 금세 유행어로 떠올랐으며 김하늘의 패션 아이템도 따라하기 열풍이 일었다. 윤진이 앞에서는 멋있어야만 하는 김민종도 소녀시대 수영 앞에서는 온몸을 나풀거리며 ‘훗’ 안무를 따라하는 친근함을, 바람둥이에 골칫덩어리 이종혁은 아내로 출연하는 김정란 앞에서 순한 어린양으로 변신해 재미를 준다.
‘아이두 아이두’는 로코퀸 김선아의 복귀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김선아는 잘 나가는 구두 디자이너로 사랑이나 결혼보다는 일과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캐릭터, 황지안으로 분했다. 배우 임수향과 대립하고 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선악이 아닌 선의의 경쟁이다. 사생아로 태어난 임수향은 아버지의 본처 오미희로부터 지독한 미움을 받는다. 아버지의 기업을 물려 받으려는 임수향과 오미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김선아는 경쟁을 하며 자연스럽게 오해를 하나, 둘 쌓아가고 있다. 각자의 사연으로 날을 세우고 있을 뿐 억지스러운 계략이나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케이블 드라마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로맨스가 필요해’가 2012년 버전으로 제작돼 지난 주 첫 방송됐다. 30대 여성들의 리얼한 러브스토리로 주목을 받았던 ‘로맨스가 필요해’는 지난해 조여정, 최여진, 최송현에 이어 정유미, 김지우, 강예솔을 주인공을 발탁, 새로운 스토리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는 사랑과 우정이 있지만 악역은 없다. 일과 사랑, 그리고 여자들의 의리를 다루기에도 에피소드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CJ E&M 방송부문 박호식 책임 프로듀서는 ‘현실성’, 리얼리티에서 의미를 찾았다. 그는 “실생활에 밀접한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공감을 한다”며 “스토리에 공감이 되려면 먼저 캐릭터에 공감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살아갈 때 절대적인 악인 또는 선인은 없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를 인물로 형상화 하기 때문에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갈등을 강조할 수는 있지만 지독한 악인은 나올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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