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매일 다니는 거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가령 신발끈이 풀린다거나 누군가의 우산 밑으로 들어간다거나 하는 이런 일들은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상적인 사랑이기 보다는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사랑이야기를 보여드리는 것이 포커스였어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리온홀에서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공연의 연출을 맡은 아드리안 오스몬드(Adrian Osmond) 연출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적인 공연’이라는 것”이라며, “어떤 분들은 이 공연을 보며 위대하고 특별한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저희가 보여드리는 사랑은 매우 평범한 사랑이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이병헌과 姑이은주 주연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원작으로 11년 만에 뮤지컬로 재탄생 한 작품이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운명적 사랑을 느끼는 두 사람의 필연적 만남을 담아냈다.

줄거리는 기존의 영화의 내용을 그대로 이어간다. 하지만 무대라는 특정한 공간활용과 서정적 선율의 음악적 장치를 통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공연에는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음악’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각 신은 더 장난스럽고 재미있게 보여드릴 수 있는 거죠. 어떻게 보면 무대장면이 심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것을 만들어내기가 굉장히 복잡했어요 하지만 관객들에게는 그렇게 안 느껴지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원작과 뮤지컬 모두 다소 생소한 ‘동성애’라는 코드를 담고 있다. “사실 (원작은)그 시대에 용기 있게 만들어진 영화라 생각해요. 그런 이슈는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의견이 생기기도 하고요. 작품 스토리상의 그 이슈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하자면, 사랑이란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있는 것 같아요. 태희와 인우의 사랑에는, 남자 두 명의 사랑이든 여자 두 명의 사랑이든 남녀 둘의 사랑이든 그걸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이야기에서 (현빈과 인우)그 둘은 아마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육체적이거나 아니면 어떠한 매력을 느꼈을 때 혼란을 겪는 것처럼 그러한 똑같은 혼란을 느끼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이 캐릭터들이 자신의 감정을 헤아리고 어떻게 풀어갈 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두 주인공의 필연적 만남이 과거(1983년)에서 현재(2000년)까지 이어져 관객에게 전달 된다. 무대라는 한정 된 공간에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장면 연출은 기대와 우려를 안고 있기도 하다.
“공연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시간의 경과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어떤 장면은 세트와 소품을 이용할 수도 있고, 어떤 장면에서는 그 두 시대가 동시에 겹치며 오버랩으로 갈 때도 있어요. 가령 어떤 냄새를 맡아 묻어놨던 기억이 떠오를 때면 현재에도 문득 과거와 공존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이런 경우 인우를 기준으로 그 주변에서 액션의 변환이 이루어지는 장면들이 있어요. 이러한 부분에서는 관객들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야 할 겁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의 느낌을 기대하고 오는 사람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영화의 느낌을 가져가고 싶지만, 무대로 올려질 때는 여러 가지가 변해야 할 때가 있어요. 명확하게 보여줘야 하는 것들의 경우죠. 따라서 영화를 본 관객들도 공연을 보고 약간 다른 버전이라 생각하며 다른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조금 다른 면이 있어도 실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희(연출 및 배우)도 누구보다 오리지널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에 충실하고자 했거든요. 그러면서도 신선하고 새로운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17년 전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던 태희와 안타까운 이별을 한 후, 그녀를 잊지 못하고 가슴 속 깊이 간직한 채 살아가는 남자 인우 역에는 배우 강필석과 김우형이 무대에 오른다. 소나기처럼 예고 없이 인우의 우산에 뛰어든 당돌하지만 사랑스러운 여자 태희는 배우 전미도와 최유하가 맡았다. 인우가 담임을 맡은 반 학생으로 작은 습관부터 말투까지 태희와 닮아 인우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현빈 역에는 차세대 뮤지컬 스타 윤소호와 이재균이 연기한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7월 14일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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