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100% 변종 연가시라는 참신한 소재로 주목 받고 있는 영화 ‘연가시’의 실체가 드디어 공개됐다.
‘연가시’는 지난 26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고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연가시’는 변종 기생충 연가시로 인해 벌어지는 감염 상황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 최초의 감염재난영화다.
감염을 소재로 하는 재난영화가 한국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다는 점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한다.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를 다룬 영화 ‘해운대’가 본격적인 한국형 재난영화의 포문을 열었지만, 감염성 질병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는 ‘연가시’가 최초다.

연가시는 실제로 존재하는 기생충으로, 물을 통해 곤충의 몸속에 침투했다가 산란기가 시작되면 숙주의 뇌를 조종해 물속에 뛰어들어 자살하게 만드는, 믿기 힘든 생존 방식을 지녔다.
감염시 치사율 100%를 자랑하는 영화 속 연가시는 자연에 실재하는 것이 아닌 ‘변종’으로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는다. 인간의 뇌를 조종해 물속에 뛰어들도록 유도해 익사시키는 치사율 100%의 ‘변종’ 연가시는 ‘실제로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연가시가 존재한다면?’이라는 끔찍한 상상을 불러일으켜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한다.
환경오염으로 생겨난 신종플루, 슈퍼박테리아처럼 실제로 일어난 바 있는 감염 사례를 보는 듯 리얼한 연가시 감염자들의 몹신은 좀비를 연상케 해 흡사 호러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갈증을 호소하며 물만 보면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감염자들로 분한 주조연 배우, 엑스트라들의 열연은 영화에 몰입도를 높이며, 특수효과보다는 영화적 디테일에 집중한 ‘한국형 재난영화’를 보는 즐거움과 놀라움을 선사한다.
‘살인 기생충에 감염된다’는 참신한 설정으로 출발한 ‘연가시’는 익숙한 감동을 향해 달려간다. ‘연가시’는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정서라고 할 수 있는 가족애에 초점을 맞춘다. 나란히 관객 천만을 돌파한 영화 ‘괴물’과 ‘해운대’에서도 가족은 극을 이끌어가는 힘이었다.
한강 속 괴물과 한 가족의 사투를 그린 ‘괴물’과 거대 쓰나미와 싸우는 일가족의 고군분투를 그린 ‘해운대’에서 ‘가족’이 관객들의 몰입을 높이는 장치였듯, ‘연가시’에서도 흡사 불한당 같았던 무책임한 가장에서 가족을 위해 끈질긴 사투를 벌이는 가장으로 변하는 재혁(김명민)은 기존 한국 블록버스터가 꾸준히 차용해왔던 ‘가족애’라는 흥행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재혁은 자신이 일에 치여 가족들을 챙기지 못하는 사이 연가시에 감염돼 버린 아내와 아이들을 보며 책임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잊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만한 정서다. 무뚝뚝하기 이를 데 없지만 가족을 위해 어떠한 희생도 불사하는 재혁은 전형적인 한국 가장의 모습이기 때문.
박정우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에서 40년 이상 살아온 사람으로서 내가 공감하면 관객들도 공감하지 않겠냐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영화에서 수천 명이 죽어나가는 만큼 진지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람들을 죽여 가며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흥미 위주의 영화를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국민정서를 제대로 꿰뚫은 ‘연가시’가 대한민국 최초 감염 재난영화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무게감까지 지녔다. 여기에 연기파 배우 김명민과 문정희가 가세해 올 여름 극장가를 점령할 태세를 갖췄다. 오는 7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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