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타자' 홍성흔, 택시에서 발끈한 까닭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6.29 06: 16

부산에서 홍성흔(35,롯데 자이언츠)의 인기는 대단하다. 어딜 가든지 홍성흔을 못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장난삼아 홍성흔은 자신을 '부산 시민타자'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 홍성흔을 롯데 팬이 못 알아보는 일이 생겼다. 28일 한화와의 경기를 앞두고 홍성흔은 표정이 밝았다. 전날 스윙도중 부상을 입었던 부위인 오른쪽 갈비뼈 부근에 다시 통증이 느껴져 교체됐다. 부상 재발이 우려된 상황, 다행히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단순한 담이다.
괜찮다는 말을 듣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직구장으로 향하는 택시를 탄 홍성흔. 택시기사는 야구장으로 가자는 말에 "벌써부터 갑니까"라고 대답하고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일흔 살 정도 된 택시기사는 백미러로 홍성흔을 힐끗 봤으나 못 알아보고 야구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요즘 롯데 너무 잘해서 오히려 재미가 없어".

그럴 만도 한 것이 롯데는 최근 연승을 이어가며 선두로 치고 올라간 상황. 프로 출범이후 시즌 중반 롯데가 단독선두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순위표 윗자리보다 아래가 익숙(?)한 올드 팬들은 현재 롯데의 성적이 낯설 수도 있다.
홍성흔을 야구팬으로 착각한 기사는 "한 번 져 줘도 되지 않겠냐. 그래도 박찬호 등판일인데 한국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롯데가 많이 이겼으니 한 번쯤 선심을 써야지. 그래야 순위싸움도 더 치열해지고"라고 말을 꺼냈다 한다. 롯데 보다는 리그 전체 흥행을 더 걱정하는 대승적인 시각을 가진 팬인 셈이다.
그렇지만 프로에서 져 주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롯데는 한화를 상대로 별 재미를 보지 못했었다. 이번 시리즈 전까지 4승4패로 팽팽히 맞서던 상황. 대전구장에서 가졌던 직전 시리즈에선 2연패 뒤 간신히 1승을 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홍성흔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증언한다. "나도 모르게 흥분을 해서 기사님께 따졌다. '아니, 일부러 져 주는 게 어디 있나요. 롯데가 한화한테 올해 얼마나 당했는데요. 지금은 많이 앞서가는 것 같아도 순위라는게 언제 삐끗하면 미끄러질지 모르는 겁니다'라고 한참을 이야기했다"며 "그제서야 기사님이 백미러로 날 자세히 보더니 한 마디 하는 게 아닌가. '혹시 롯데 선수인교? 홍성흔 선수네. 몰라봐서 미안합니더.'"
그럴만도 했다. 박찬호야 국민적인 영웅이지만 롯데에겐 꺾어야 할 상대다. 게다가 박찬호를 상대로 좋지 않은 추억도 있다. 지난달 11일 박찬호와의 맞대결에서 롯데는 4이닝동안 6득점을 올려 박찬호를 끌어내렸다. 점수를 보태 5회까지 7-0으로 앞서가던 롯데는 투수진이 연쇄 붕괴하며 9-15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그 경기를 계기로 롯데의 5월 부진이 시작됐었다.
택시 안에서 벌어진 작은 에피소드에서도 홍성흔의 승부욕을 엿볼 수 있다. 결국 롯데는 주중 3연전 마지막 날까지 승리를 거둬 7연승을 달렸다.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홍성흔은 대신 더 큰 목소리로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외쳤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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