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면 원하는 것 다 들어준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라는 말이 감독 본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승리에 대한 갈망이 너무 컸던 박항서 감독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당근을 꺼내들었다. 당근에 고무된 탓일까,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열심히 뛰었지만 결국 승리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상주 상무는 지난 28일 상주시민운동장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18라운드 경기서 원정팀 FC 서울에 0-1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상주는 4승2무12패(승점 14)로 1패를 추가하며 최하위 강원에 골득실차에서 앞선 15위에 머물렀다.

상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최근의 빡빡한 일정에 더해 17라운드 울산전에서 혈전을 치르고 오느라 경기력이 썩 좋지 못한 서울을 상대로 잘 싸우고도 0-1 분패했다는 사실은 아쉬울 만했다.
이미 시즌 초반 서울에 0-2로 패했던 전적을 가지고 있는 상주로서는 이날 경기 승리가 간절했다. 박 감독은 "개인적으로도 이기고 싶은 경기였는데 아쉽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다혈질이지만 신중한 성격 덕에 칭찬도 아끼는 박 감독이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 미팅에서 먼저 '당근'을 꺼내들었을 정도다.
후반 추가시간 2골을 몰아치며 드라마를 써내려간 강원전에서 기세가 오르는가 싶었던 상주는 지난 17라운드 인천전에서 0-1 패배를 기록하며 분위기가 처졌다. 분위기뿐만 아니라 순위도 15위로 처졌다. 더군다나 서울-전북-포항으로 이어지는 강팀들과 연달아 경기를 치러야 한다. 팀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박 감독이 당근을 꺼내든 이유였다.
군인팀인 상주 선수들이 바라는 가장 큰 소원은 역시 휴가다. 경기 전 만난 박 감독은 "이기면 감독 권한으로 해줄 수 있는 것 다 해준다고 했다. 뭐가 됐든 내 선에서 안 되는 거면 구단이나 부대에 건의라도 하면 된다"며 "얼마나 답답하면 이러겠나. 선수단 사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야기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선수들을 독려한 박 감독은 당근이 불러온 절반의 성공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게 됐다. 이날 상주는 공격 축구의 서울을 맞아 고차원과 김용태를 투톱으로 세워 더 공격적인 '맞불 작전'을 놨다. 비록 승리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주전 대부분이 빠진 상황에서 경기력은 만족스러웠다.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고 공격적인 면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은 열심히 최선을 다해줬다. 공격에 있어 전술적인 부분을 잘 이행해줬다"고 선수들을 칭찬한 박 감독이 패배에도 불구하고 희미한 미소를 띨 수 있었던 이유다. 비록 승점 3점은 아쉽게 놓쳤지만 줄줄이 이어진 강팀과 대결에서 희망의 자취를 봤다는 것이 이날 상주가 올린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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