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의 근력이나 체력은 오히려 20대 초반 후배들보다 더 나아요. 다만 심리적으로 쫓기다보니 스스로 자기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 컸어요".(김지훈 트레이너)
몸 상태는 사실 다른 시즌보다 나은 편이었다. 그만큼 그를 확실하게 관리해 준 주변인의 노력이 컸으나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선수 스스로 조바심도 컸던 것이 사실이다. '써니' 김선우(35, 두산 베어스)의 시즌 3승에는 주변인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있다.
김선우는 지난 28일 목동 넥센전서 선우는 7⅓이닝 동안 3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1개) 2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마무리 스콧 프록터의 난조로 인해 시즌 3승(3패, 29일 현재) 획득에는 실패했으나 4선발 임태훈(24), 5선발 김승회(31)의 잇단 선발진 이탈 등으로 난국에 빠졌던 두산 선발진이 안도의 한숨을 지을 수 있던 경기내용이었다.

이 과정에는 난조 속에서 그래도 김선우 등판 시 득점 지원을 해주던 타자들은 물론 김선우에게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했던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너진의 도움도 숨어있다. 김진욱 감독은 김선우가 선발 등판을 기다릴 시기 원정 경기가 있는 경우 잔류하게 했다. 자기관리를 하는 선수인 만큼 원정지보다 스스로 몸을 만들게 하고자 하는 전략이었다.
이에 따라 김선우는 잠실구장을 찾아 몸을 만드는 것은 물론 때로는 퓨처스팀 경기를 지켜보며 돌아 들어가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김 감독은 "실력 있는 투수인 만큼 언젠가 살아날 것이다. 1군 엔트리 말소도 생각했지만 김선우는 선발진의 주축이다"라며 믿음을 잃지 않았다.
정명원 투수코치와 트레이너진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경기 후 만난 정 코치는 "힘이 떨어질 수 있는 시기라 근력 보강에 중점을 두도록 했다. 선우는 승리를 따내지 못했으나 팀이 이겨서 다행이고 마음고생이 심했던 만큼 다음 경기서는 더욱 잘 던질 수 있길 바란다"라며 김선우의 기를 북돋워주는 데 더 마음을 썼다.
전재춘, 홍성대 트레이너는 김선우의 통증 부위 등을 면밀하게 체크하며 가능한 한 투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왔다. 무릎 통증 시 확실한 테이핑으로 통증 완화에 힘쓴 이들이다. 컨디셔닝을 맡고 있는 김지훈 트레이너는 김선우가 가진 근력을 최대화하는 데 노력했다. 그 외에도 많은 구단 관계자와 동료들이 호투를 이어가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던 김선우에게 힘을 주고자 했다.
경기 후 김선우는 "많은 이들이 도와주신 덕택에 확실히 몸 상태는 괜찮았다. 고집을 부리지 않고 변화를 주고자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지난 시즌의 느낌을 다시 찾을 수 있어 좋았다"라며 승리가 무산된 가운데서도 흡족해 했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김선우는 자신을 도와주는 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먼저 이야기했다.
그 누구의 도움이 전혀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이름을 떨치는 이는 없다. 자신을 도와주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알고 그 기대에 부응할 때 비로소 활약이 그 가치를 더 빛나게 할 수 있다. 비록 승리는 따내지 못했으나 김선우는 다시 선발로서 제 몫을 확실히 해내며 단순한 1승 이상의 기대감을 주변인들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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