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넥센, 육상대회 방불케 하는 '도루전'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06.29 07: 15

"우리랑 육상대회를 하려고 그러나?".
지난 20일 김시진(54) 넥센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날인 19일 잠실 넥센전에서 두산은 마음놓고 넥센 김영민-최경철 배터리를 농락하며 5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이날 두산은 넥센에 4-3 승리를 거뒀다.
27일 장소를 옮겨 맞붙은 두산과 넥센. 넥센은 이날 복수라도 하듯 도루를 성공시켰다. 이택근이 5회에만 두 번이나 베이스를 훔치는 등 무려 6개의 팀 도루가 나왔다. 넥센은 이날 1회 선취점을 내주고도 4-1 역전승을 가져갔다.

올 시즌 두산과 넥센은 넥센의 2연승 한 번을 제외하면 한 번도 연승, 연패가 없을 만큼 치열한 혈투를 주고 받고 있다. 양팀 상대 전적도 5승4패(넥센 기준)로 팽팽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도루 싸움이 자리하고 있다. 올 시즌 9번의 맞대결에서 양팀 타자들이 성공시킨 도루는 모두 34개. 경기당 평균 3.78개의 도루가 나온 셈이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도루가 2.02개인 것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9번의 맞대결에서 도루가 더 많은 팀이 승리한 것은 6번이나 된다.
두산은 2000년대 후반 '발야구'라는 말을 유행시킨 전통의 도루 팀이다. 올 시즌 팀 도루(65개)는 5위에 머물러 있지만 도루 2위에 올라있는 정수빈(20개)을 비롯해 10경기 이상 출장한 타자 중 도루 성공 기록이 없는 선수는 최준석, 이원석 등 4명 뿐이다.
넥센은 올해 새로 떠오르는 도루계의 샛별이다. 올 시즌 팀 도루 92개로 공동 2위 LG, KIA(77개)에 월등한 선두다. 도루 5위 이내에는 한 명도 없지만 20위 안에 공동 6위 장기영, 정수성(16개) 등 5명이나 들어있다. 홈런 선두 강정호도 13개로 공동 10위에 올라있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두산이 많이 뛰어서 우리도 뛰는 건 아니다. '뛰라'는 작전 대신 '뛰어도 좋다'고 말하는 게 우리 팀 도루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최근 스윙에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발도 주눅드는 것 같아 과감히 뛰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양팀 빠른 선수들의 '베이스 훔치기'를 보는 맛에 26,27일 목동구장은 평일임에도 이틀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양팀은 주중 3연전 모두 역전 드라마를 펼치는 짜릿한 대결로 관중을 더 기쁘게 했다. LG-넥센의 혈투에 가려졌던 두산-넥센의 흥미진진 '발 싸움'도 서울 팀간의 새로운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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