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눈에 띄게 증가한 볼넷에 고전하고 있다. 타자들이 박찬호의 공과 패턴에 적응하고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박찬호는 지난 28일 사직 롯데전에서 5이닝 3피안타 2탈삼진 2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볼넷을 무려 6개나 내주는 바람에 104개의 공을 던졌다. 박찬호가 100구 이상 던진 경기는 3번째였는데 그 이전 2경기에서는 6이닝씩 던졌다. 이날 경기에서는 거듭된 볼넷으로 투구수 조절 실패했다. 104개 공 중에서 스트라이크 51개, 볼 53개로 볼이 더 많았다.
박찬호의 볼넷 6개는 지난 4월24일 광주 KIA전과 함께 올 시즌 개인 최다기록. 박찬호가 한 경기에서 볼넷 6개 이상 내준 건 미국 메이저리그 시절 포함 20번째였다. 개인 최다 볼넷은 텍사스 시절이었던 지난 2002년 9월18일(한국시간) 시애틀전에 기록한 8개. 지난해 일본 오릭스 시절에는 4월22일 세이부전 4개가 최다 볼넷이었다.

이날 경기까지 올해 13경기에서 70이닝을 던진 박찬호는 볼넷 35개를 내줬다. 9이닝당 볼넷이 4.5개로 규정이닝을 채운 23명의 투수 중 가장 많다. 이 수치는 6월 이후 급격하게 늘어났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6월 4경기에서만 21⅔이닝 동안 볼넷 14개를 허용했다. 이전까지는 9경기 48⅓이닝 21볼넷으로 9이닝당 볼넷이 3.9개였지만 6월 이후로는 5.8개로 크게 증가했다.
페넌트레이스가 반환점을 향하게 됨에 따라 상대하는 타자들도 박찬호의 투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5월까지 박찬호의 헛스윙 유도율은 8.2%였지만 6월 이후에는 7.0%로 감소했다. 5월까지 박찬호를 상대한 타자들은 스윙률 44.2%를 보였지만 6월 이후에는 41.2%로 감소됐다. 스트라이크존을 좁혀 놓고 끈질기게 박찬호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3경기 초구 피안타율이 4할로 높아진 것도 상대 타자들이 확실한 노림수를 갖고 있다는 증거. 최근 3경기를 제외한 박찬호의 초구 피안타율은 2할4푼이다.
5월까지 박찬호의 풀카운트 비율은 12.3%밖에 되지 않았지만 6월 이후에는 17.3%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5구 이상 긴 승부도 36.9%에서 39.8%로 늘어났다. 그 이유는 바로 타자들의 커트 증가에서 찾을수 있다. 파울 비율이 16.5%에서 15.0%로 줄었지만 반대로 투스트라이크 이후 파울 비율은 3.9%에서 6.1%로 상승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끈질긴 파울 커트로 박찬호의 투구수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8일 롯데전에서도 6볼넷 중 3개가 풀카운트 끝에 나왔다. 박찬호로서는 더욱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6월로 접어들며 박찬호의 구위 자체도 무뎌지고 있는 것도 한 이유로 분석된다. 롯데전에서 박찬호의 직구 최고 구속은 올 시즌 가장 느린 144km였다. 1회부터 김주찬와 박종윤에게 직구를 공략당해 2루타와 적시타를 맞았다. 구위가 살아나지 않으니 변화구의 위력도 감소될 수밖에 없다. 특유의 위기관리능력으로 실점을 최소화했지만, 5이닝 만에 투구수 100개를 넘겨버렸다. 대량 실점 피하기 위해서는 조심스런 피칭이 최선이었다.
타자들이 적응하고 대응하는 만큼 박찬호의 향후 투구 패턴의 수정이 예상된다. 노련한 박찬호가 어떤 대응책으로 볼넷을 줄일 수 있을지 벌써부터 다음 경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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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