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8.75' 한화, 역대 최악의 외국인 투수 잔혹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6.29 10: 40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일차적으로 외국인선수에게 화살이 향하게 되어있다. 최근 4연패로 최하위가 굳어진 한화도 그렇다. 데니 바티스타(32)와 션 헨(31) 두 외국인선수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이래 투수 포지션만 놓고 보면 최악의 잔혹사를 보이고 있다.
▲ 얼마나 심각한가
한화는 지난 24일 대전 두산전부터 26~28일 사직 롯데전까지 4연패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미미했다. 1군에 돌아온 바티스타는 3경기에서 4⅓이닝 동안 홈런 하나 포함 안타 6개와 사사구 2개로 3실점하며 평균자책점 6.23에 그쳤고, 션 헨도 2경기에서 1이닝 동안 홈런 하나 포함 안타 5개로 3실점하며 평균자책점 27.00으로 부진했다. 두 투수 모두 팀이 뒤지거나 동점인 상황에 등판했지만 팀의 추격 흐름에 찬물만 끼얹었다.

지난해 후반기 강력한 마무리로 위용을 떨친 바티스타는 제구난에 따른 심리적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한 채 26경기 1승3패7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6.39로 고전하고 있다. 대체 외국인선수로 들어온 좌완 션 헨도 10경기에서 홀드 하나 올렸을 뿐 평균자책점이 8.00에 달한다. 션 헨에 앞서 있던 브라이언 배스(30)는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48.60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남기고 퇴출됐다.
바티스타, 션 헨, 배스. 올해 한화에서 활약한 외국인 투수 3명의 도합 성적은 38경기 1승4패 7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8.75에 불과하다. 투구이닝도 36이닝으로 한화 투수진의 전체 이닝(592⅓)의 6.1%밖에 되지 않는다. 질적으로든 양적으로든, 한화의 외국인 투수들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외국인 투수들의 기록을 제외하면 오히려 4.86에서 4.61로 내려간다.
다른 팀들과 비교하면 한화가 느낄 심리적 박탈감은 더욱 커진다. 한화를 제외한 나머지 7개팀들의 외국인 투수 평균자책점은 3.34에 불과하다. 넥센과 삼성은 외국인 투수들이 12승을 합작했고, 외국인 투수 승수가 가장 적은 SK도 8승이다. 두산은 외국인 마무리 스캇 프록터가 벌써 20세이브를 따냈다. 한화는 선발과 구원 어느 쪽으로도 외국인 투수가 팀에 도움을 준 흔적이 없다. 전문가들이 "한화가 무너진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투수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 한두번이 아니다
역대를 통틀어도 올해 한화의 외국인 투수들은 심각한 수준이다. 외국인선수 슬롯을 투수 2명으로 운용한 팀 중에서 외국인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가장 높은 팀은 1999년 쌍방울로 당시 마이클 앤더슨과 제이크 비아노가 47경기에서 5승12패 평균자책점 6.91를 합작하는데 그쳤다. 당시 재정난에 허덕이던 쌍방울은 외국인 투수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시절이었다. 그래도 앤더슨과 비아노는 팀의 47경기 중 21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한화 외국인 투수의 선발등판은 배스가 1⅓이닝 8실점으로 난타당한 지난 4월15일 문학 SK전이 유일하다. 
이보다 중요한 건 한화의 외국인 투수 스카우트 실패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데 있다. 1999년 쌍방울 다음으로 외국인 투수 평균자책점이 높은 팀이 바로 2010년 한화였다. 2010년 한화는 호세 카페얀, 훌리오 데폴라, 프랜시슬리 부에노가 65경기에서 7승26패3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6.41을 합작하는데 그쳤다. 2009년에는 외국인 타자 빅터 디아즈가 시즌 중반까지 뛰었지만, 브래드 토마스와 에릭 연지의 도합 성적도 3승12패13세이브 평균자책점 5.17에 불과했다.
3명 보유, 2명 출전 시절이었던 2001년에는 타자 제이 데이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외국인 투수 2명 자리에 무려 6명이 번갈아가며 기용됐다. 호세 누네스, 데이비드 에반스, 브라이언 워렌, 대런 윈스턴, 카를로스 차베스, 브랜든 리스 등 무려 6명의 외국인 투수가 그해 한화에서 뛰었다. 리스를 제외하면 모두 중도 퇴출. 2001년 한화의 잦은 외국인선수 교체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듬해부터 외국인선수 교체를 팀당 한 시즌 두 차례로 제한했다.
한화 외국인 투수 중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건 2007년 세드릭 바워스(11승)가 유일하다. 2008~2009년 브래드 토마스도 마무리로 수준급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그 외의 투수들은 모두 실패였다. 올해의 경우에는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불펜으로 쓰는 기형적인 상황에 놓였다. 반복되는 실수는 불운이 아니다. 해외 스카우트망의 개선과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 및 관심만이 해결책이다. 이런식으로 간다면 외국인선수가 가장 필요한 팀 한화에게 외국인선수 제도는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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