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느 채널을 돌려도 TV 드라마 속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등장한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그 주인공. 얼굴은 익숙하지만, 시청자들은 이들의 연기에 어색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돌 가수들의 드라마 진출, 옳은 길일까.
일각에서는 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브라운관에 잠깐이나마 얼굴을 비치고 싶어 몇 년 간 혹독한 트레이닝을 견딘 신인 배우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상황은 심각하다. 한 신인 배우는 최근 OSEN과 만난 자리에서 "연기학원을 꽤 오랫동안 다녔지만, 정작 배역 따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아이돌그룹의 멤버처럼 얼굴이 잘 알려진 경우는 오디션에서 조금 더 유리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토로했다.
물론 모든 아이돌 가수들이 어색한 '발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소녀시대 윤아는 첫 정극 데뷔에서 '새벽이'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고, 이어 KBS 2TV 드라마 '사랑비'에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호평받았다. 같은 팀 멤버인 유리 또한 첫 드라마인 SBS '패션왕'으로 연기 합격점을 받았다. 또 몇몇 가수들도 지속적인 연기 트레이닝을 통해 '발연기' 논란을 사전에 불식시키기도 한다.

그렇지만 특정 기획사 소속 아이돌 멤버들이 우르르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경우도 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배우가 아닌 아이돌 가수들이 자리를 꿰차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에 신인배우 혹은 연기자 지망생들의 한숨과 시름은 깊어질 뿐이다.
최근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장동건, 김하늘보다 더 관심과 기대를 받는 인물이 있다. 톡톡 튀는 임메아리 역할로 매회 시청자에게 극찬을 받는 윤진이다. 그는 아이돌 가수 출신도 아닌 연기 트레이닝을 정식으로 밟아 120대1의 경쟁률을 뚫은 신예 배우다. 윤진이를 제외한 119명 중에 상당수의 아이돌 가수들이 있다는 전언. 어찌 보면 배우 지망생이 오디션에서 아이돌 가수와의 연기대결에서 이겼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요즘 추세를 보면 '어떻게 그 많은 아이돌을 제쳤느냐'면서 박수를 보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가수는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할 때 가장 빛나고, 배우는 작품을 통해 연기를 할 때 가장 멋지다. 드라마 제작진은 아이돌 가수로 대중의 관심을 끌기보다는 여러 신인 배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오죽하면 '배우가 되기 위해 가수 된다'는 말이 있을까. 작품에서 배우가 가수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ponta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