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를 선발하는 것보다 제외시키는 것이 더 힘들었다".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29일 오후 2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올림픽에 출전할 18인의 태극 전사를 발표했다. 관심을 모았던 와일드카드의 자리는 박주영(27, 아스날) 정성룡(27, 수원) 김창수(27, 부산)가 차지했다.
가장 치열한 경합이 펼쳐졌던 미드필드의 자리에는 기성용(셀틱)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김보경(세레소)을 비롯해 한국영(쇼난) 박종우(부산) 지동원(선덜랜드) 백성동(이와타) 남태희(레퀴야)가 합류했다. 공격수의 남은 한 자리는 김현성(서울)에게 돌아갔다. K리그서 좋은 활약을 펼친 오재석(강원) 윤석영(전남) 등도 승선에 성공했다.

홍 감독은 이날 인터뷰서 "오랜 시간 어려움을 이겨냈던 선수들을 선정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 살을 도려내는 아픔도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선수 선발 과정이 적잖이 괴로웠음을 밝혔다.
홍 감독의 고민처럼 아쉽게 탈락한 선수들이 많다. 가장 먼저 와일드카드로 합류가 유력했던 이정수(알 사드)는 소속 팀의 반대로 올림픽 출전의 꿈을 접었다. 홍 감독은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을 기점으로 A대표팀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정수가 팀의 중심을 잡아주길 바랐지만 결국 합류가 무산되며 중앙 수비 조합의 고민을 해결하지 못했다.
윤빛가람(성남)과 손흥민(함부르크)도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그동안 해외파가 가세하지 않았던 경기서 부동의 미드필더로 본선 진출에 공로가 컸던 윤빛가람은 동 포지션의 쟁쟁한 경쟁자들에게 밀려 탈락의 쓴 맛을 봤다.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 만큼은 동 연령대에서 분명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던 그였지만 수비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결국 유럽파 선배들인 기성용과 구자철의 큰 벽을 넘지 못했다.
손흥민은 그동안 유럽 무대에서 뛰느라 홍명보호와 함께 한 적이 전혀 없었던 데다 홍명보 감독이 관전했던 스페인과 평가전서도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2차전에 나선 A대표팀의 23세 이하 선수 중 유일하게 낙점을 받지 못했다.
홍명보호와 오랜 시간 발을 맞춰왔던 김민우(도스) 조영철(오미야)도 런던행의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 2009년 세계청소년 대회부터 홍 감독 밑에서 주축 임무를 수행했던 둘이었지만 A대표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보경을 비롯해 최근 홍 감독이 중용했던 백성동 남태희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극히 힘들었다.
홍 감독도 이날 인터뷰서 "김민우 조영철의 발탁을 끝까지 고민했다. 특히 김민우는 어제 밤까지 고민했던 선수다"며 "2009년부터 발을 맞춰왔고, 그 안에 여러 가지 상황도 많이 벌어졌지만 같은 포지션 상에 다른 선수들이 더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고 제 살을 깎기까지 힘든 과정을 설명했다.
이외에도 부상으로 낙마한 홍명보호의 전 캡틴 홍정호(제주)를 비롯해 그동안 홍명보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서정진(수원) 윤일록(경남) 홍철(성남) 등도 런던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최종엔트리를 확정한 홍명보호는 내달 2일 파주 NFC에 소집돼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 이후 14일 뉴질랜드와 국내에서 마지막 평가전을 가진 뒤 격전지인 영국에 입성, 20일'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과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른다.
홍명보호는 7월 26일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와 런던 올림픽 조별리그 첫 경기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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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철-윤빛가람-김민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