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무조건 열심히 할 뿐이다".
지난 29일 대전 KIA-한화전. 2-4로 역전당한 한화가 8회 2사 2루 찬스를 잡았다. KIA 투수는 117개 공을 던진 선발 헨리 소사. 한화 고동진이 소사의 초구를 건드렸고, 타구는 우측 파울 지역으로 향했다. 그 순간 KIA의 우익수가 빠르게 타구 쫓아가 익사이팅존 바로 앞에서 공을 건져냈다. 선동렬 감독도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불펜이 불안한 KIA로서는 천금의 수비. 이준호(25)가 KIA를 구한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6일 잠실 LG전에서는 4-2로 리드한 5회 2사 만루 역전 위기에서 윤요섭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하며 서재응과 KIA를 구했다. 올해 이준호는 이 같은 결정적인 수비로 여러차례 KIA를 살렸다. 6연승 과정에서도 이준호의 수비가 KIA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수비 뿐만이 아니다. 타격과 주루에서도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이준호는 올해 55경기에서 142타수 36안타 타율 2할5푼4리에 12타점 올렸다. 4월(0.167)·5월(0.250)·6월(0.276) 월간 타율에서 나타나듯 시즌을 거듭할수록 점점 더 향상되고 있다. 도루도 4개를 성공시키며 상대팀을 괴롭히고 있다. 말 그대로 소금 같은 활약.
이준호는 "아직 타격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요즘 이순철 코치님으로부터 조언과 지도를 받고 좋아지고 있다. 히팅 포인트를 조금 앞으로 당긴 게 효과를 보는 듯하다. 심리적으로도 급하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이준호는 6월 들어 58타수 16안타로 타율도 2할7푼6리로 좋아졌지만 같은 기간 삼진 8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 9개를 골라내 출루율도 3할7푼3리나 된다. 하위 타선의 요새가 됐다.
결정적인 외야 호수비 퍼레이드에 대해서도 이준호는 "타구에 대한 스타트가 빠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집중력이다. 수비를 할 때마다 항상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매순간 집중 또 집중한다. 절박한 마음으로 매달리기 때문이다.
군산상고-고려대를 졸업한 이준호는 2010년 신고선수로 KIA에 입단하며 힘겹게 프로의 문에 발을 디뎠다. 2011년 정식선수로 등록돼 1군에서 4경기를 뛰었지만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올해는 오른 손목 부상으로 스프링캠프도 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더 이를 악물었다. 철저히 준비하고 기회를 기다렸다. 시범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였고 개막 엔트리에도 진입했다. 4월말부터 조금씩 출장기회를 넓히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는 "그냥 열심히 한다는 생각 뿐이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며 "2군에서 함께 고생한 감독·코치님들과 기회를 주시고 계신 선동렬 감독님께도 감사하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1군에서 오래 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준호가 외야를 지키는 한 KIA의 수비는 걱정할 필요없다.
잘 나가는 KIA의 상승세. 매순간 절박하게 매달리는 이준호가 숨은 힘으로 자리해 있다. 새로운 신고선수 신화가 이제 막 시작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