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m 러시안 룰렛’으로 불리는 축구의 승부차기(PK). 물리적으로는 골키퍼의 반응 속도가 키커가 찬 공의 스피드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막는 건 불가능하다지만, 축구선수 역시 기계가 아닌 감정이란 변수를 가진 사람이기에 승부는 언제나 어이없는 실축이나 선방에 의해 갈린다.
그렇다면 승부차기는 과연 어느 방향으로 차야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을까. 영국의 텔레그라프는 축구데이터분석 전문기관인 프로존(Prozone)이 지난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월드컵과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12 미포함)에서 나온 승부차기 분석 자료를 소개했는데 나름 재밌는 결과가 나왔다.
먼저, 키커에게 있어 ‘PK 성공의 보증수표’처럼 가장 안전한 지역은 역시 골대 상단이었다. 이곳은 키커가 정확히 찼을 경우 골키퍼의 손이 닿을 수 없다. 그렇기에 지난 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대회(1998~2010)에서 좌우, 중앙을 가리지 않고 키커가 골대 상단을 향해 정확히 찼을 경우 골키퍼에 의해 막힌(Save) 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반대로 골대 상단은 키커의 실축(Miss)의 위험도 가장 높은 지점으로 나타났다. 프로존의 분석 결과, 지난 8번의 메이저대회에서 골대를 벗어나 실축된 PK 중 절반(55.5%) 이상이 골대 상단을 노렸을 때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정확히 차 넣을 자신이 있다면 골대 상단은 키커에게 가장 안전한 지역이지만 그 만큼 위험한 지점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다.
한편 성공한 PK 가운데에선 키커가 바라보는 방향에서 왼쪽 지점이 40.3%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나타냈고 오른쪽 사이드는 35.1%, 가운데는 24.6%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텔레그라프는 오른발잡이의 경우 ‘왼쪽’은 그들에게 가장 자연스런 방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성공한 PK를 상단, 중간, 하단으로 나눠 분석했을 때는 아래쪽으로 찼을 경우의 성공 빈도수가 중간 높이나 상단으로 찼을 때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탔다. 즉 전체를 100 놓고 봤을 때 48.1%가 아래쪽 방향에서 성공됐고, 가운데는 22.5%, 상단은 29.4%의 점유율을 드러냈다.
하지만 골대 하단은 가장 높은 성공 빈도수를 나타내고 있지만 그 만큼 골키퍼에 의해 막히는 횟수 역시 높았다. 대부분의 골키퍼들이 PK 상황에서 좌우 낮은 방향으로 몸을 날리기 때문이다. 실제 골키퍼에 의해 막힌 PK 중 71.4%가 ‘아래쪽’ 방향에서 막혔다. 그에 반해 중간 높이로 찬 슈팅이 막힌 건 19.6%에 불과했고 골키퍼가 상단으로 정확히 향하는 슈팅을 막은 건 위에서 언급했듯 단 한 차례도 없었다.
nomad7981@osen.co.kr
텔레그라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