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유격수 판도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롯데는 박기혁(31)이 2010년 시즌이 끝난 뒤 군입대를 한 이후 문규현(29)이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엔 125경기에 출전, 타율 2할4푼2리 2홈런 39타점을 올리며 맹활약을 펼쳤고 덕분에 연봉도 100% 인상됐다.
하지만 올 시즌엔 잔부상에 시달리며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4월 28일 사직 LG전에선 수비 도중 주자 김일경의 슬라이딩에 걸려 넘어져 왼 발목에 타박상을 입고 왼 무릎 내측인대에 피가 고이는 부상을 입었다. 이 부상으로 문규현은 2군에 내려갔고 그 사이 신본기(24)가 선발 유격수로 출전했다.

그 자리를 채운 신본기는 수비는 괜찮았으나 1할대 타율을 기록하는 등 공격력 약화를 가져왔고 결국 문규현은 열흘 만에 곧바로 1군에 올라와 다시 주전 유격수로 출전했다. 그러다 문규현에게 두 번째 부상이 찾아왔다. 6월 초 문규현은 왼 가래톳 부분손상, 왼쪽 2번 늑골연골 부분손상으로 다시 2군에 내려가야 했다.
이번에 문규현이 자리를 비웠을 때 그 자리를 채운 정훈(25)은 어렵사리 찾아온 기회를 잡았다. 2009년 신고선수로 입단한 정훈은 지난해 퓨쳐스리그에서 3할8푼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는 등 방망이에는 소질을 보여왔다. 시즌 초반 백업요원으로 나설 땐 1군에서 타격부진에 시달렸으나 6월 들어 선발로 출전하는 날이 늘어가자 방망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6월 한 달동안 정훈의 타격 성적은 12경기 타율 2할7푼3리 1홈런 5타점으로 경쟁자들에 비해 우위를 점했다.
문규현이 28일 사직 한화전을 앞두고 1군에 돌아왔지만 정훈은 경쟁 구도에서 밀리지 않는 모양새다. 28일과 29일엔 선발로 출전하지 않았지만 문규현의 컨디션이 아직 100%는 아니라 30일 잠실 두산전에는 선발로 출전했다. 상동에서 피나는 노력을 한 끝에 정훈의 유격수 수비는 이제 일취월장 했다.
그렇다면 정훈이 보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롯데 박계원(42) 수비코치는 "방망이는 워낙 좋은 선수다. 타격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필요가 없다"면서 "수비에선 많은 보완점이 아직은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처음 입단했을 때 2군에서 수비를 가르쳤는데 그때에 비하면 정말 많은 발전이 있는 건 사실이다. 여기까지 올라오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정훈에게 필요한 것은 경험이다. 일반적으로 유격수 수비는 넓은 범위와 순발력, 강한 어깨를 보유하고 있으면 잘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수비를 정말 잘 하는 선수는 어려운 타구를 쉽게 잡아낸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자들에 대한 데이터와 상황별 수비 위치선정을 잘 해야한다. 국내에서는 박진만이 이 분야에 있어서 가장 뛰어났다.
박 코치는 "아직도 정훈이 수비 시프트가 필요할 때 본인이 알아서 판단을 하기 보다는 벤치쪽을 많이 바라본다. 그리고 타자에 따라서 미세한 수비위치 조정이 필요한데 그 부분에서 조금 약한 게 사실"이고 말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경험이다. "수비는 타고나는 것도 크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보완 가능하다"라는 박 코치의 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만능 내야 백업요원 신본기가 어깨 수술로 사실상 시즌을 마감하면서 정훈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정훈의 자신만의 무기에 노력을 덧씌워 수비에서도 일취월장 할 수 있을까. 내야 강화는 곧 롯데의 팀 전력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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